수험생 10명 중 6명은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이 재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의 정시전형이 재수생에게 유리한 만큼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에 따라 내년 대입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입시업체 유웨이닷컴은 지난 5~8일 자사 회원 수험생 626명을 대상으로 2020학년도 정시 지원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내년에 교육과정이 바뀌더라도 재수 혹은 n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이나 정시 정원 증가가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1.7%가 ‘그렇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재수를 각오하고 올해 정시전형에서 상향 지원 또는 적정 지원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7.3%는 올해 정시에서 ‘상향 소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적정 지원’을 택한 응답자가 59.0%로 가장 많았고, ‘하향 안정 지원’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13.7%에 그쳤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2021학년도 수능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으로 적용돼 출제 범위가 올해와 달라지지만 수험생들은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수생 등 졸업생의 수능 응시는 이미 증가 추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응시자 가운데 재수생 등 졸업생은 모두 13만6972명으로 지난해 12만840명에 비해 13.4% 늘었다. 대학에 입학할 학령인구가 지난해보다 5만 명이나 급감하면서 재수하면 대학을 쉽게 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분석된다. 내년에도 대입 가능 수험생이 또다시 6만 명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시 확대 기조와 맞물려 재수생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소위 대학의 ‘간판’보다 취업률 등 지원 학과의 전망을 더 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지원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54.0%가 ‘전공학과의 전망’이라고 답한 데 비해 ‘대학의 평판도’라고 답한 인원은 36.7%였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