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09일(18:34)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공태윤 산업부 기자)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앞에 퀵콜 서비스 기사 아저씨가 앉았습니다. 하루종일 퀵콜 알람소리만 들어서 그런지 몇가지 질문을 던지자 아주 성의껏 답변을 해 주셨습니다.
올해로 20년째 퀵서비스 일을 하고 있는 (주)퀵콜의 김모씨는 “퀵서비스 일이 마약같다”며 “일을 많이할수록 손에 쥐는 것이 많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다가도 다시 이 일로 컴백하는 사람이 종종있다”고 했습니다. 그가 한달 버는 평균 수입은 300~400만원. 이 수입을 통해 4대보험, 기름값, 밥값, 보험료 등을 모두 충당해야 합니다. 그러고보니 전성기때 수입은 묻지 못했네요...
퀵서비스 기사는 모두 자영업자입니다. 퀵콜센터와 계약을 통해 한건당 77:23으로 이익을 나눕니다. 23%는 콜센터에 지급하는 수수료인 셈입니다. 퀵서비스 기사가 해야하는 영업을 콜센터에서 대신해주고 그 댓가를 받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1만원짜리 퀵서비스를 하면 2300원은 퀵콜센터에게 가고 7700원이 본인몫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7700원에서 세금 0.3%가 또 빠져나갑니다. 수금을 하는 방법은 현금과 신용계좌 두가지입니다. 현금은 그날그날 수수료와 세금을 떼고 들어오지만 신용계좌는 콜센터와 계약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 정산을 해서 입금이 됩니다.
서울시 불광동에 살고 있는 그는 하루 평균 15건의 배달 서비스를 한다고 합니다. 주로 4대문안과 밖을 오가면서 퀵 오토바이를 운전합니다. 그 오토바이는 125cc. 기름값은 하루 1만원 정도 든다고 하네요. 퀵서비스 가격은 가령 서울시청에서 구로구까지 배달하면 1만2000원 수준.
그런데 그 가격은 퀵서비스 대행 콜센터마다 천차만별이라고 합니다. 각 콜센터에선 더 많은 서비스 건수를 올리기 위해 심지어는 최하 5000원까지 올리기도 한다고. 물론 실시간으로 휴대폰에 뜨는 퀵서비스 배달 여부를 선택하는 것은 퀵서비스 기사의 마음입니다.
퀵서비스 기사는 보통 2~3대의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에는 각 퀵콜센터에서 배달요청이 뜹니다. 예를들면 ‘@충무로/가산동/오(오토바이)/10(1만원)’이런 식입니다. 만일 퀵서비스 기사가 실시간으로 뜨는 그 정보를 클릭하면 10초동안 선택을 할지 말지 시간이 주어집니다. 선택 또는 취소에 따라 계약이 체결되고 일이 시작되는 것이죠.
김씨는 “일단 가격을 보고 거리, 방향 등을 생각해서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가능하면 한번 갈때 4~5건을 한꺼번에 가서 일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했습니다. 배달해야 하는 물건의 무게도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배달 물건이 너무 무거우면 콜센터에 배달운임을 높여 부릅니다. 보통은 물건에 대한 운임이지만, 일부 콜센터는 사람을 운송하는 곳도 있습니다. 수험 고사장으로 이동이나 고사장에서 고사장으로의 이동 등에 쓰이는 오토바이는 400cc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안장도 갖추고 별도의 보험도 들어야 한다고 하네요.
지난 10월 입사 필기시험날 퀵서비스 이용요금은 서울권은 7만원, 수도권은 10만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퀵서비스는 날씨에 따라서도 요금이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퀵서비스 요금이 올라갑니다.
그는 퀵콜센터 사무소들은 기업과 거래를 하면서 상당수 이중장부를 작성한다고 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퀵서비스 기사들에게 불이익이 됩니다. 가령, 1만2000원짜리를 휴대폰 알림창에는 1만원으로 표시하고 2000원은 콜센터에서 가지고 가는 식입니다. 그럼 결국 퀵서비스 센터는 2000원을 손해보고 배달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콜센터가 우우죽순으로 생겨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건당 퀵서비스 가격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퀵서비스 기사는 회사에 소속되지 않는 개인사업자입니다. 때문에 자신이 시간을 관리해야 합니다. 김씨는 매일 아침 8시에 집에서 나와 집결지인 세종문화회관 뒤편 로얄호텔로 간다고 합니다. 퀵서비스 기사들의 4대문안 주된 집결지는 대한상공회의소 앞, 을지로 장교빌딩 앞 등이라고 하네요. 거기서 퀵서비스 기사들끼리 정보도 주고 받으면서 커피를 한잔하고 9시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고 하네요. 퇴근은 오후6시. 주5일 근무를 가능하면 지키고 주말에는 일을 안하는게 원칙이라고 합니다.
혹시 퀵서비스 기사일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집결지로 오면 안내를 해 준다고 합니다. 20여분간 대화를 나눴는데 상당히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는 “모처럼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이제 일을 하러 가야겠다”며 웃으면서 일어났습니다. 어쩌면 거리의 수많은 퀵 서비스 기사들이 있지만 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투명인간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 누구 하나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짧은 대화에도 그 많은 말들을 쏟아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밤 눈이 온다고 하는데 그의 안전운전을 기원했습니다. (끝) /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