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 불어닥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이 픽업트럭으로 넓혀지고 있다. 2020년인 내년은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본격화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경쟁은 쌍용차와 한국GM 쉐보레 양강 구도에 미국 전통의 지프와 포드 수입 픽업이 가세할 전망이다.
픽업트럭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형 SUV보다 짐을 싣기 편하기 때문이다. 별도 화물 적재 공간을 갖추고 있어서 대형 레저용 장비를 싣고나르기 편하다. 또한 힘도 세서 요트나 캠핑 트레일러처럼 무거운 고가의 물체를 끌기에도 안전하다.
대형 SUV가 당초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레저 수요 증가로 인기를 얻은 것처럼 픽업트럭은 가족을 모두 태우고도, 더 많은 짐을 옮길 수 있다는 장점이 두드러진다.
국산 대형 SUV들의 최대 적재중량은 500kg 수준인데 반해 새로운 픽업트럭들은 최대 700kg 이상 짐을 싣도, 3톤이 넘는 물체도 끌 수 있다.
◆ 콜로라도 vs 렉스턴 스포츠 '2강'
한국GM은 픽업트럭 쉐보레 콜로라도의 최대 적재중량을 400kg으로 등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700kg을 적재해도 주행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핑 카라반, 보트, 제트스키 등을 담은 트레일러를 연결해 주행하기도 편리하다. 국내 판매 중인 픽업트럭의 최대 견인중량은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 2200kg, 쉐보레 콜로라도 3175kg이다.
패밀리카의 승차 공간과 넉넉한 화물 적재 공간, 높은 견인력까지 갖춘 픽업트럭 인기는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2만2912대 수준이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지난해 4만2021대 규모로 증가했다. 한국GM이 지난 10월 출시한 콜로라도는 사전계약으로만 1500대 넘게 계약됐고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도 10월 3157대, 11월 3539대로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픽업트럭 시장 경쟁은 당분간 쌍용차와 한국GM의 양강 체제로 지속될 전망이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가 토종 픽업트럭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한국GM 콜로라도는 내년 1월이면 사전계약 수요가 동이 난다. 2월부터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셈이다.
◇ 레인저-글래디에이터-산타크루즈 가세
경쟁 모델은 내년 하반기에나 등장한다. 포드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내년 하반기 또는 2021년을 목표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포드 레인저는 픽업트럭 본고장인 미국에서 콜로라도와 라이벌로 경쟁하는 모델이다. 글래디에이터는 코만치 단종 이후 지프에서 27년 만에 선보이는 픽업트럭이다. 중형급이지만 콜로라도보다 다소 크다.
현대차의 경우 북미에서 브랜드 최초 픽업트럭 산타크루즈를 선보일 예정이지만, 국내 출시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공언하는 만큼, 세계 최대 픽업트럭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하려면 현지 생산이 필수적이다.
미국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지만, 이는 현대차 노조의 동의를 거쳐야 가능하다. 현대차 노사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이나 차량을 국내 수입하려면 노사 공동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물론 지금까지 노조가 해외 차량 수입에 동의한 경우는 없다.
만약 한국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한다면 미국으로의 수출이 불가능해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에서 생산한 픽업트럭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자니 경쟁 차량들과 달리 화물차 분류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다. 화물 적재 공간이 승차 공간보다 넓어야 국내 화물차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산타크루즈는 승차 공간이 더 넓다. 렉스턴 스포츠, 콜로라도 등은 연간 자동차세가 2만8500원에 그치지만 산타크루즈는 오픈형 SUV로 분류돼 승용차에 맞먹는 세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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