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변화가 없어 ‘아이스맨’으로 불리는 헨리크 스텐손(43·스웨덴)의 필살기는 ‘3번 우드’다. 300야드는 거뜬히 날려 드라이브 대신 3번 우드 티샷을 즐긴다. “3번 우드와 아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매운 쉬운 질문이다. 3번 우드”라고 웃으며 답할 정도다.
스텐손이 3번 우드를 앞세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히어로월드챌린지(총상금 350만달러)를 제패했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적어내며 욘 람(25·스페인)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2017년 8월 윈덤챔피언십 이후 2년4개월 만의 우승. 비록 PGA투어 정규대회는 아니지만 18명의 PGA 스타가 총출동해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특급 이벤트 대회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그는 8일(한국시간) 바하마 뉴프로비던스섬 올버니GC(파72·7302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1개를 엮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이날도 드라이브 티샷은 두 차례에 그쳤고 나머지 11차례 티샷을 모두 3번 우드로 날렸다. 우드지만 비거리가 300야드를 넘어 다른 선수들의 드라이브 티샷에 뒤지지 않았다.
압권은 15번홀(파5)이었다.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티샷을 보낸 뒤 259야드를 남기고 5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홀 15㎝가량에 멈춰섰다. 이 홀에서 탭인 이글을 잡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스텐손 스스로도 이 샷을 “오늘의 샷”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대회 개최자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는 단독 4위(14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은 놓쳤지만 한때 선두 경쟁을 펼치는 등 프레지던츠컵을 앞두고 한껏 기량을 뽐냈다.
3번홀(파4) 버디에 이어 6번홀(파5), 7번홀(파4)에서 한 타씩을 더 줄였지만 14번홀(파4) 보기가 뼈아팠다. 칩샷이 그린에 오르지 못하고 다시 미끄러져 내려오는 바람에 타수를 잃었다. 스텐손이 이글을 낚은 15번홀에서도 파를 지키는 데 그쳐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우즈는 오는 13~16일 호주 로열멜버른GC에서 열리는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 간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에 미국 대표팀 단장 겸 선수로 출전한다.
클럽헤드로 공 뒤의 모래를 두 번이나 밀어내 ‘라이 개선’ 논란을 일으킨 패트릭 리드(29·미국)가 16언더파 단독 3위를 차지했다. 저스틴 로즈(38·잉글랜드)와 저스틴 토머스(26·미국)가 13언더파 공동 5위를 기록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