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핀테크(금융기술), 바이오·헬스, 드론 등 신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못 규제’와 ‘중복 규제’ ‘소극 규제’ 등 3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8일 이런 내용이 담긴 ‘신산업 규제트리와 산업별 규제사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SGI는 4대 신산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규제트리’를 만들고, 각 산업의 발전을 막는 규제의 성격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못 규제와 중복 규제, 소극 규제로 분류할 수 있다고 SGI는 설명했다.
SGI는 4대 신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대못 규제로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을 지목했다. 4대 신산업을 19개 세부산업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63.2%에 달하는 12개 산업이 데이터3법에 막혀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헬스 및 드론 관련 산업은 대부분 개인정보보호법에 묶였다. 핀테크 관련 사업 다수는 신용정보법에 의해, AI 관련 산업 일부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막혀있는 상황이다. SGI는 “4차 산업혁명의 원유는 데이터인데, 데이터3법 규제가 데이터 수집조차 못하게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SGI는 대부분 신산업이 복합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고 비판했다. 신산업은 대부분 기존 산업을 용복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존 산업들이 받는 규제를 중복 적용받는다는 지적이다. 정보기술(IT)과 의료산업을 융복합한 바이오·헬스산업이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 복합규제로 가로막힌 게 대표적 사례다.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때 법과 제도를 신속히 정비하지 않는 소극 규제도 문제라고 SGI는 꼬집었다. 자율주행 배달로봇은 국내 법상 차량도 인간도 아니기 때문에 도로주행과 인도통행 모두 불가능한 상황이다. SGI 관계자는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는 속도를 규제 정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