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는 고용 사정이 좋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제시하는 수치가 올 10월 고용률 61.7%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언급한 이후 황덕순 일자리수석도 거들고 나섰다. 황 수석은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는 물론 현장 방문까지 하면서 “생산가능인구(15~64세) 기준 고용률이 1989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띄우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학계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통계청의 비정규직 통계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비정규직이 지난 8월 기준 전년 대비 87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오자 정규직 전환에 공을 들여온 정부로선 다급해졌다. 급기야 강신욱 통계청장이 조사방식 변경 탓으로 돌렸다. 비정규직 통계가 잘못된 것인지, 일자리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지를 유경준 한국기술대 교수(전 통계청장)와 함께 통계청 원자료를 통해 팩트체크를 해봤다.
고용 상황 호전되고 있나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률은 61.7%다. 65세 이상을 제외한 생산가능인구 기준으로는 67.3%다. 정부가 고용 상황이 개선되는 증거로 내세운 지표다. 40대 고용회복이 더딘 것은 제조업·소매업 등의 감소, 즉 산업구조 변화가 주된 원인이고, 이는 선진국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했다.
통계청 원자료를 분석하면 올해 1~10월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월평균 27만6000명 늘었다. 표면상 정부 주장이 맞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늘어난 취업자는 60세 이상에 몰렸다. 월평균 36만3000명 이상이다. 30대와 40대는 각각 6만1000명, 16만3000명 감소했다. 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세대에서는 ‘고용 참사’가 일어난 셈이다. 일자리 질도 나빠졌다. 시간제 비정규직 근로자인 주당 17시간 이하의 취업자는 월평균 28만6000명 이상 늘었다. 반면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인 36시간 이상 취업자의 경우 40대는 11만4000명 감소했다.
조사방법 변경돼 비정규직 늘었나
정부는 올해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매년 8월 시행)에서 비정규직이 증가한 이유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설문 항목을 추가한 탓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와의 비교는 곤란하고,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난 것은 어디까지나 숫자만 그렇다는 주장이다.
ILO 기준을 감안한 설문 문항은 매년 3, 6, 9월 시행하는 경제활동인구 본조사에 올해부터 들어갔다. 고용기간을 묻는 22번 문항에서 ‘고용기간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변한 근로자에게 ‘언제까지 고용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추가됐다. 그동안 자신을 정규직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 문항에서 ‘고용 예상 종료 시점’을 답하는 바람에 비정규직으로 분류됐고, 그에 따라 비정규직이 급등한 것처럼 나타났다는 게 통계청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조사표 적용 이전에도 2003년부터 부가조사에서는 고용 예상기간을 묻는 항목(53번)이 있었다. 유경준 교수는 “이전에도 이미 이 문항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구분했다”며 “비슷한 문항이 생겼다고 해서 갑자기 비정규직이 급증할 리는 없다”고 말했다.
고용참사, 인구효과 vs 정책실패
정부는 40대 고용부진과 노인일자리 증가세를 ‘인구효과’ 탓으로 돌리고 있다. 40대 인구는 줄고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통계를 분석하면 40대 일자리는 인구 감소분보다 더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1~10월 40대 인구(누적평균)가 전년 동기 대비 1.7%(14만3000명)감소할 때 취업자 수는 2.5%(16만4000명) 줄었다. 40대 고용 참사를 인구 감소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60세 이상에선 반대로 인구보다 취업자가 더 크게 늘었다. 인구가 5.1% 증가하는 동안 취업자는 8.4% 급증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추이를 보더라도 40대 붕괴 현상이 뚜렷하다. 40대 인구가 줄어드는 동안 비경제활동인구는 이례적으로 2.3%(7만8000명) 증가했다. 취업을 포기하고 ‘장기백수’로 돌아선 사람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60세 이상에서도 비경제활동인구가 2.5% 늘었지만 인구 증가율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전체 고용률이 증가한 것은 이처럼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대거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가 단기 일자리로 만들어낸 수치’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재정 지원이 계속 늘어나지 않으면 고용률은 바로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 통계 논란의 해법은
비정규직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지표다. 국제기준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 간 비교를 위해 고용의 한시성을 기준으로 임시직(temporary workers)을 파악할 뿐이다. 한국의 비정규직 개념은 2002년 노사정 합의로 나왔다. 단시간 근로자(시간제)까지 비정규직에 포함돼 있는 등 불합리한 측면이 자주 지적된다. ‘시간제 근로는 질 나쁜 일자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여성, 청년,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려면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공급돼야 한다. 그런 곳에서 자발적 단시간 근로가 늘어나는 것을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박철성 한양대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지금의 비정규직 통계도 실제보다 적게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임시·일용직 근로자 가운데 고용계약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으면 정규직으로 분류하는데, 이들 일자리는 질이 낮아 전부 비정규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진보성향 민간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2019년 통계청 발표(36.4%)를 넘은 40%대다.
비정규직 개념을 두고 논란은 있었지만 조사방식 및 통계 수치 자체가 문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스스로 정부통계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통계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때마다 조사방식을 뜯어고치면 그것이 바로 ‘통계 분식’이라는 지적이다. 통계 수치는 정책에 반영하는 자료로 활용해야지 그 자체가 홍보 수단 및 목표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비판도 많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