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센터의 역할이 ‘수익 창출’ 지원으로 바뀌면서 구조조정 바람도 거세다.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그렇다. 일부 증권사에선 애널리스트들이 자진 이탈하면서 사실상 폐업 수준에 이른 곳도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이 회사는 애널리스트가 최근 잇달아 퇴사해 작년 말 14명이던 인력이 현재 5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리서치센터는 법인영업과 자산관리(WM) 부문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법인영업 부문 애널리스트가 모두 퇴사했다. 주식 거래 환경이 변하면서 리서치센터가 ‘비용만 쓰는 부서’라는 평가를 받다 보니 기존 인력이 이탈해도 충원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리서치 부문이 있는 47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총 1083명이다. 2010년 1500명을 웃돌던 애널리스트는 매년 꾸준히 줄고 있다. 대형사는 여전히 50~100명가량의 인력을 두고 있지만, 리서치센터 유지에 부담을 느끼는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감원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애널리스트가 10명이 채 안 되는 증권사는 27개에 달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애널리스트는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로 ‘잘나가는 직업’으로 여겨졌다.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기업 분석 보고서를 많이 확보한 증권사는 지점 영업도 수월했다. 그러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대중화로 누구나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됐고, 직접 투자하는 이들이 늘면서 애널리스트 보고서 영향력은 급격히 줄고 있다. 증권사가 리서치센터의 역할을 기존 기업 분석을 넘어 영업조직을 지원하는 업무로 확대하는 이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억대 연봉’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며 “증권사를 희망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리서치센터는 갈수록 기피 대상이 되고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부서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애널리스트 위상이 추락하면서 이직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벤처캐피털(VC)이나 헤지펀드업계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많다. 대형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자동차와 반도체, 바이오 업종에서 일하는 전문인력이 고액 연봉을 꿈꾸며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전직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