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에서도 한숨만 쉰 車부품사

입력 2019-12-06 17:50
수정 2019-12-07 00:47
우울한 송년회였다. 건배하며 미소짓던 사람들의 얼굴은 이내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지난 4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주최로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자동차 부품업계 송년회 얘기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심정은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디엠씨 회장) 인사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신 이사장은 “올해 자동차업계는 생산·판매·수출 등 모든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며 “부품사들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평가법(화평법) 등 각종 규제까지 대응하느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사 사이에선 위기 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의 급부상과 공유 차량 확산 등으로 완성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부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에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가 2만 개에서 7000개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 실적에는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부품업계 83개 상장사 가운데 적자 기업 비중은 지난해 25.3%, 올해(1~3분기 누적 기준)는 24.1%에 달했다. 지난해 505개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은 1.9%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최근 전국 33개 자동차 부품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38%가 “해외 이전 (투자 포함)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날 만난 한 부품사 임원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심정으로 해외 진출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보다 더한 시련을 겪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품사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품사 사장은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몫”이라면서도 “다만 정부는 좀 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년에도 힘든 한 해가 예상되지만 자동차 부품사들이 잘 대처해 내년 연말엔 보다 따뜻한 송년회를 맞이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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