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투자 열풍이 연말 증시를 달구고 있다. 하반기 증시에 입성한 롯데리츠에 이어 NH프라임리츠까지 줄줄이 흥행 신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의 대안을 찾는 투자자가 늘면서 유동자금이 공모 리츠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치솟는 공모 리츠의 인기
NH프라임리츠는 상장 첫날인 지난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가격 제한폭까지 오르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NH프라임리츠에 대한 관심은 청약 때부터 뜨거웠다. 지난달 일반 공모주 청약에 7조7500억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신청금액의 절반)이 몰렸다. 공모주 청약증거금으로는 2017년 5월 상장한 넷마블(7조7650억원) 이후 2년여 만에 최대 규모였다. 일반청약의 최종 경쟁률도 317.6 대 1로 롯데리츠가 세운 기록(63.3 대 1)을 훌쩍 넘었다. 역대 공모 리츠 일반 청약 경쟁률 가운데 가장 높다.
NH프라임리츠는 서울역 서울스퀘어, 강남N타워, 잠실SDS타워, 삼성물산 서초사옥 등에 간접 투자한다. 실물 자산을 직접 편입하는 게 아니라 해당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의 지분 일부를 담은 재간접 리츠다. 재간접 리츠가 공모 형태로 상장하는 건 NH프라임리츠가 국내 최초다. NH프라임리츠가 목표로 제시한 7년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5.5%(공모가인 5000원 기준)에 달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4개 오피스의 수익증권을 담은 재간접리츠라는 구조가 약점이지만 프라임 오피스를 담은 데다 공모 규모가 작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며 “연이은 리츠 상장 성공 사례는 시중 유동성이 얼마나 풍부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월 증시에 입성한 롯데리츠도 공모가인 5000원을 크게 웃돌면서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 롯데리츠는 롯데그룹이 보유한 주요 점포를 임대 및 매각해 그 수익을 주주에게 배당한다. 지난해 상장한 신한알파리츠와 이리츠코크렙도 주가가 올 들어 40% 이상 올랐다.
○“배당수익률 관점 투자 필요”
상장 리츠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고평가 논란도 제기된다. 신규 상장 리츠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미국 일본보다 높아지면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츠의 가치 평가에 주로 쓰이는 주가 대비 운영자금(P/FFO)을 살펴보면 미국 리츠는 12~18배 수준이고 일본 리츠도 15~25배 수준이다. 수익성 악화가 뚜렷한 미국 리테일 리츠는 역대 최저 수준(6.7배)까지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부터 한국 증시에 상장한 리츠는 투자 대상, 임차 구조 등과 무관하게 P/FFO가 24배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P/FFO는 일반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과 비슷한 개념으로 주가(P)를 리츠의 현금 창출력인 FFO로 나눈 값이다. FFO는 순이익에서 감가상각비와 자산매각손실 등을 빼 리츠의 실질적 배당 능력을 의미한다.
한국 증시가 본격적인 반등 국면에 접어들면 리츠의 수익률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리츠는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 없이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증시가 빠르게 상승할 땐 증시 투자금이 성장주 등으로 몰리면서 소외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물론 한국 리츠 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초기 단계인 데다 정부가 리츠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어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리츠 투자는 기본적으로 배당수익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츠는 채권이 아니라 주식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국내 상장 리츠는 아직 기초자산의 신뢰도가 높지 않은 만큼 철저히 ‘목표수익률=배당수익률’의 관점에서 투자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