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첩보 작성자로 알려진 문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5일 소환해 조사했다. 청와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중단 의혹과 관련해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다음달 내부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조만간 사건 관련 인사들을 무더기로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윗선도 수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이날 문 전 행정관(현재 국무총리실 소속)을 소환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 왜 정보를 요구했는지, 정보를 ‘가공’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송 부시장은 최근 언론에 “청와대 행정관이 먼저 정보를 요구했다”고 밝혀 하명수사 의혹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제보로 시작된 수사가 아니라 청와대 요구로 첩보가 만들어졌다는 점 △문 전 행정관이 첩보를 한 차례 ‘가공’한 점 △백 전 비서관이 이를 경찰에 바로 이첩하지 않고, 반부패비서관실로 보내 이첩시킨 점 △이첩 후 아홉 차례 경찰로부터 보고를 받은 점 등에서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문씨가 작성한 문건은 A4 용지 3~4장 분량에 6, 7개 의혹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숨진 A수사관에게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유재수 전 부시장 관련 수사 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한 의혹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법상 강요죄나 강요미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 관련 의혹(자녀입시, 사모펀드, 사학재단)과 김 전 시장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수사하며 청와대 ‘윗선’ 규명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유재수 사건과 관련해 지난 4일 법원이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크게 자신감을 얻은 상태다. 한 지방 검사는 “통상 ‘대통령 비서실(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웬만큼 범죄사실이 소명되지 않으면 기각당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2017~2018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으로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여권 실세와 함께 있던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대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방에 참여한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김경수 경남지사 등에 대한 소환조사 얘기도 나온다.
한 달 내 수사 마무리 목표
검찰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명 등으로 인사가 앞당겨져 다음달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도 한 달 안에 끝낸다는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는 “과거 정권의 부당한 지시에 따랐던 검사들이 대부분 수사 대상이 됐듯이 이번에 수사를 대충 했다가는 훗날 적폐로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모든 수사를 원칙대로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만 경찰과 합동수사단을 꾸리라는 여당 측 요구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 한 검사는 “이번 사건의 당사자가 청와대 관계자와 경찰 간부인데, 어떻게 경찰과 함께 수사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숨진 A수사관의 휴대폰을 되돌려달라는 경찰의 압수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경찰은 “(A수사관이) 사망에 이른 경위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