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 7년來 최저…韓銀 "내년 더 줄어든다"

입력 2019-12-05 17:21
수정 2019-12-06 01:30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8개월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전체 흑자 규모는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이후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수출 11개월째 감소세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10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올 10월 경상수지는 78억2720만달러 흑자를 거뒀다. 작년 10월(94억7360만달러)과 비교해 17.3%(16억4640만달러) 줄어든 규모다. 지난 3월 이후 8개월째 감소세다. 다만 흑자폭은 작년 10월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컸다.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 양상이 뚜렷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것은 제조업 제품의 대외 거래 성적을 의미하는 상품수지가 부진한 영향이다. 10월 상품수지는 80억2820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23.7% 감소했다. 수출은 491억1990만달러로 작년 10월보다 14.5% 줄었다.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미·중 무역갈등 등의 영향으로 세계 교역이 위축된 데다 주력 제품인 반도체 수출 가격이 작년 10월과 비교해 34.0% 떨어진 점이 수출지표를 끌어내렸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이 122억6000만달러로 16.9% 쪼그라들었다.

수입은 410억9170만달러로 지난해 10월보다 12.4% 감소하는 등 지난 5월부터 6개월 연속 줄었다. 10월 수입 감소폭은 2016년 4월(73억3330만달러) 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서비스수지는 다소 개선됐다. 적자 규모가 17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20억6000만달러)에 비해 16.5% 줄었다. 한국을 찾은 중국, 동남아시아 여행객이 늘어난 반면 일본 불매운동 등의 영향으로 출국자 수는 줄어든 영향이다. 일본으로 간 출국자는 1년 전보다 66% 감소했다. 본원소득수지는 18억3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기업의 해외 투자가 증가하면서 배당금 수입 등이 늘어났다.

올해 경상수지 570억달러

올 1~10월 누적 기준 경상수지 흑자폭은 496억6550만달러를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2012년(1~10월 누적 기준 334억1370만달러) 후 7년 만에 가장 적었다. 한은은 올해 전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최근 7년 사이 가장 적은 57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774억6650만달러)보다 26.4%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무역 둔화 등의 영향으로 경상수지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은은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올해보다 10억달러 적은 560억달러로 내다보고 있다. 2021년에는 더 줄어든 520억달러로 전망하는 등 3년 연속 경상수지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상수지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수시로 점검하는 참고 자료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업들이 국내 설비투자 확대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임에 따라 경상수지와 수출지표는 당분간 하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이 한국 무역지표에 대한 우려로 연말까지 국내 주식·채권을 매각하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