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와 휠로더(흙을 옮기는 장비) 등 건설 장비를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달부터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커스터마이제이션(맞춤형 조립) 센터 가동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반제품을 생산한 뒤 이 센터에서 최종 조립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100일 이상 걸렸던 리드타임(상품 주문부터 생산,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30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가 맞춤형 조립센터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캐터필러와 일본 고마쓰 등 글로벌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미국 시장은 대표적인 소비자 우위 시장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그동안 한국(인천·전북 군산)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배를 통해 현지로 운송, 판매했다. 현지에 공장을 갖춘 업체에 비해 고객들의 대기 기간이 길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지 조립센터 가동을 계기로 미국 시장의 제품 공급력을 강화해 영업력을 높일 방침이다. 고객이 굴착기와 휠로더 등을 주문하면 한국에서 반제품 형태로 들여온 몸체에 고객 요구 사항에 맞게 버킷(끝에 달린 바가지 모양의 삽)과 집게 등을 조립해 인도한다. 수요가 많은 인기 모델은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 10일이면 출고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35개 기종의 조립 생산이 가능하며 연간 1000대 이상의 건설 장비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2017년 미국 마이애미를 시작으로 지난해 시애틀, 애틀랜타 인근 스와니 등에 부품센터도 열었다. 주요 부품 공급 기간을 단축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세 곳의 부품센터에 이어 조립센터까지 가동에 들어가면서 시장 상황 및 고객 요구에 맞춰 즉시 생산, 수리 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유럽에서도 맞춤형 조립센터를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유럽 조립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유럽에서 올 3분기(1~9월)까지 3254대의 굴착기 등을 판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주력 제품인 14t급 굴착기는 영국과 베네룩스 3국(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에서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올 3분기까지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40% 넘게 증가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것은 텃밭인 중국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업체들은 통상 24개월인 할부 기간을 36개월 이상으로 늘리고 선수금을 대폭 인하하는 등 할인 공세를 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0년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30%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17%까지 줄었다. 이 회사는 2023년까지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을 12%로 더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