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핀테크(금융기술)산업은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선 존재감이 없다.”
금융위원회는 4일 ‘핀테크 스케일업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국내 핀테크 생태계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세계 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52개 중 한국 국적은 토스 한 곳뿐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국내 핀테크는 유치(幼稚)산업에 머물러 있다”며 “규제를 풀고, 투자를 늘리고, 해외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시행 이후 68건 지정된 혁신금융서비스를 내년 3월까지 총 100건으로 늘릴 방침이다. 또 특례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관련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법 개정 전까지 특례기간을 2년 단위로 계속 연장해주기로 했다. 이들 기업에는 핀테크 기업에 특화된 임시허가인 ‘스몰 라이선스’를 발급해 규제 공백으로 사업을 중단하는 일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핀테크 창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금융업 인허가도 세분화한다. 분기 거래액이 30억원 이하인 소규모 전자금융업자의 자본금 최소 요건은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등의 방식이 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검사·제재 규정을 고쳐 핀테크 기업의 고의·중과실 없는 법 위반은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금융업종은 제외됐던 창업기업 소득세·법인세 감면에 핀테크 기업을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최초 소득 발생 시점부터 5년간 법인세의 50~100%를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글로벌 규제 샌드박스’도 도입한다.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인 핀테크 기업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우선 심사하는 제도다.
정부는 금융권과 민간 출자를 통해 핀테크 전용 투자펀드를 4년간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성과가 좋으면 6년간 5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2022년까지 3조3500억원 규모의 투자, 보증, 대출도 공급한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에 핀테크 랩(연구소)을 5개 이상 설치해 대형 금융회사와 핀테크 스타트업의 협력을 유도한다.
금융위는 2006년 제정 이후 큰 변화가 없었던 전자금융거래법을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 200만원인 간편결제 선불 충전·이용 한도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도가 올라가면 핀테크 서비스를 통한 가전제품, 항공권 등 고가 상품 결제가 늘어날 전망이다. 핀테크업체에 후불결제 사업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카카오페이카드 등을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