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보고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외부 제보를 받아 작성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청와대는 최근 내부 조사를 통해 최초 보고서와 작성 경위를 파악했다.
제보 보고서-민정비서관-반부패비서관-경찰으로 이첩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민정비서관실 소속 A행정관이 2017년 10월경 제보가 담긴 SNS메시지를 복사해 문서파일로 요약하고 일부 편집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영민 비서실장 지시로 내부조사에 착수한 결과, 최초 작성 문서를 서류철에서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 대변인은 “제보를 편집해 정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추가한 비위사실없이 업무 계통을 거쳐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추가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백 전 비서관에게 탐문한 결과 “이런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제보 문건이 비리 의혹에 관한 것이라면 소관인 반부패비서관실로 전달하고, 여기서 경찰로 이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부처 공무원인 A행정관은 청와대로 파견해 온 뒤 평소 알고지내던 공무원 출신인 지인에게서 관련 내용을 제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사한 내용을 2016년께도 제보받았으나 민정비서관실로 파견을 온 이후 다시 제보를 받아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최초 제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에도 관련 내용 파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며 “수일전 서류철에서 최초 문건을 찾아낸 후 당시 근무했던 민정수석실 특감반원, 행정관들에게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A행정관이 작성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했다. A행정관은 문서를 보고서야 본인이 작성한 것 같다고 확인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시 민감한 이슈였으면 여러 사람이 기억했을 텐데 모두기억을 하지 못했다”며 “막상 확인을 하고 보니 허탈할 정도”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문건을 백 전 수사관이 그렇게 되기 전에 확인을 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고인이 된 전 특감반원과는 무관”
청와대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보고서 작성경위를 설명하면서 고인이 된 백 전 수사관이 검·경간 갈등으로 번진 울산고래고기 사건를 조사한 결과 보고서도 이날 공개했다. 고 대변인은 “고인 등 2명의 특감반원이 울산에 내려간 것은 김기현 전 시장 측근 비리건과 무관함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더 이상 억측과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시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유서조차 바로 보지 못하신 유족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위로 말씀드린다”며 검찰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일부 언론에서 백 전 수사관이 울산지검측 인사를 만난적이 없다고 보고한 것과 관련해선 “2018년 12월 문무일 검찰총장이 고래고기 사건 관련해 검찰의 수사 점검단 구성 방침을 밝혀 검찰, 경찰 조사에 따라 추후 상응 조치’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또 2018년 1월께 작성된 ‘국정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당시 특감반원이 울산고래 사건을 조사하게 된 경위도 밝혔다. 정부 48개 부처간 엇박자, 공직기강을 위해 민정수석실 인력 38명을 투입해 해당 부처 81명의 의견을 청취한 해당 보고서의 ‘사회 교육 문화 분야’ 현안에는 ‘검경간 고래고기 환부갈등’이 적시돼있다. 보고서에는 ‘최근까지 상호간의 부실 수사, 수사 방해 등을 두고 공개적 설전을 벌이면서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를 앞두고 갈등양상 표출‘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울산고래고기사건은 2016년 경찰이 압수한 40억원 상당의 불법 고래고기를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는 이 과정에서 검·경간 갈등으로 번진데 이어 울산지검 검사출신 변호사가 유통업자의 변호사를 맡는 전관예우까지 겹쳐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현안이다.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의 경찰쪽 기획통인 황운하 청장이 2017년 하반기 울산경찰청에 부임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검경 갈등 요소가 있어서 검찰개혁,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경 관계가 국정 부담이 될 수 있어 갈등의 소재나 핵심적인 이유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