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결의 중동은지금] 리비아 내전 재격화…"러시아가 반군 지원한 탓"

입력 2019-12-03 13:55
수정 2020-01-02 00:31

아프리카 최대 원유 매장국인 리비아에서 내전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시작해 한동안 잠잠했던 내전에 지난달부터 러시아가 개입해 반군을 지원하면서부터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지원으로 반군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점령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리비아 통합정부 보건당국은 트리폴리 남부 민간인 주거지인 알 사와니 인근에서 공습이 벌어져 적어도 네 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모두 아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 사와니는 트리폴리 중심부에서 약 30㎞ 떨어져 있다.

리비아 통합정부는 이번 공습 배후로 리비아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을 지목했다. 리비아 통합정부와 LNA는 지난 4월부터 트리폴리를 놓고 교전을 벌이고 있다.

리비아는 2011년 시민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사실상 서부와 동부로 정부가 양분돼 있다. 유엔 지원을 받아 구성된 리비아 통합정부는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를 통치한다. 카다피 시절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하프타르는 군부를 규합해 동쪽을 차지하고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

리비아 내전은 지난 수개월간 교전이 잦아들었다가 지난달부터 다지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가 LNA에 비공식적으로 무기와 병력 등을 지원하면서부터다. 가산 살라메 리비아 유엔 특사는 지난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최근 몇주간 LNA측에서 싸우는 러시아 용병들이 상당폭 늘었다”며 “리비아는 세계 열강들이 싸우는 와중에 중간에 끼어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지원을 받은 LNA가 트리폴리를 군사 점령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LNA를 본격 지원하면서 내전 전세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볼프람 라커 독일국제안보연구소 리비아 연구원은 FT에 “이전까지는 하프타르가 통합정부군을 이기고 무력으로 트리폴리를 점령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지만, 하프타르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내전의 최종 승자가 될 수도 있게 됐다”고 말했다.

리비아 내전은 세계 주요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유엔은 공식적으로 통합정부를 지지하고 있지만, 여러 나라가 리비아 주요 유전지대를 차지하고 있는 하프타르에 줄을 대고 있어서다. FT에 따르면 리비아통합정부는 터키와 카타르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LNA 편인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프랑스, 러시아 등이다. 지난 7월엔 프랑스군이 가지고 있던 재블린 미사일이 트리폴리 인근 LNA 캠프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러시아의 라이벌인 미국도 리비아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 국무부는 미국 고위관리들이 지난달 25일 하프타르를 만나 리비아 내전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빅토리아 코티스 미 대통령 특별보좌관 겸 국가안보회의(NSC) 선임국장과, 리처드 놀랜드 주리비아 미국 대사 등이 논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리비아 내전을 부당하게 이용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