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지휘계의 거장…마리스 얀손스 타계

입력 2019-12-03 17:13
수정 2019-12-04 00:39
세계적 지휘자들의 음악적 재능은 애호가들이 감히 평가할 수준을 넘어선다. 엄청나게 복잡한 오케스트라 총보를 단번에 읽어내고, 정교한 해석을 입히고, 연주로 구현한다. 지난 주말(11월 30일) 타계한 라트비아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1943~2019)는 그중에서도 최고 대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다.

얀손스는 러시아의 전설적 지휘자 예브게니 므라빈스키로부터 엄격한 도제식 훈련을 받은 후 오스트리아 빈 음악원의 한스 스바로프스키로부터 서구식 전통까지 터득했다. 독일-오스트리아적인 엄정함과 지성, 러시아적인 풍성하고도 예민한 감성이 늘 균형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경을 잘 조화시킨 덕분이다. 하지만 그런 감각을 오케스트라를 통해 구현하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다. 얀손스가 여러 악단의 음악감독을 거칠 때마다 매번 보여준 최고의 능력은 단원들로부터 최선을 향한 자발적 욕구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그것은 얀손스의 고상한 인품, 예술적 진정성, 완벽주의, 단원과의 소통력에서 나온 것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