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스톡뷰] 알테오젠, 1.6조 기술수출…셀트리온 이어 SC 트렌드 '입증'

입력 2019-12-02 14:39
수정 2019-12-02 16:36


바이오벤처 알테오젠이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피하주사(SC) 제형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비독점적 계약이기 때문에 추가 계약에 대한 기대도 살아있다.

2일 오후 2시38분 현재 알테오젠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29.86%)까지 오른 6만4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하자마자 상한가로 치솟았다. 알테오젠은 전거래일인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 글로벌 10대 제약사와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 130만달러(약 153억원)를 포함해, 이번 기술을 여러 제품에 적용해 성과 발생시 취득하는 기술료(마일스톤) 등 최대 13억7300만달러(약 1조6190억원)를 받는 조건이다.

알테오젠이 수출한 기술은 정맥주사(IV)형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주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에 대한 것이다. 항체의약품 등 바이오의약품은 단백질이기 때문에 저분자의 화학합성 의약품과 달리 먹을 경우 분해(소화)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대부분 정맥을 통해 주사하는 IV 방식이다.

IV 제형은 정맥에 바르게 주사할 수 있는 의료진이 필요하고, 시간도 통상적으로 2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에 비해 피부에 주사하는 SC 제형은 병원에 들릴 필요없이 환자가 스스로 투여할 수 있고 투여시간도 20여분으로 짧다. 이같은 편의성에도 그동안 SC제형의 바이오의약품이 적었던 것은 효능과 피하조직의 문제 때문이다.

◆ 세계 두번째 히알루론 분해 기술

우선 SC제형으로 전환이 어려운 이유는 피하주사가 주사할 수 있는 양이 IV제형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적은 양으로도 IV제형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약물의 농도가 높아야 한다. 여기서 다시 생기는 문제가 고농도일수록 약물끼리 엉겨붙는 것이다. 엉켜붙어 단백질 구조가 변하고 약효가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최근 인플렉시맙 성분 최초로 SC제형으로서 판매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의 램시마SC는 이같은 난관을 극복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약물을 고농도화시키면서도 엉키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SC제형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로 'TNF-α' 억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가 제형을 변경한 개량신약(바이오베터)으로 인정받아, 기존 신약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존 약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셀트리온이 세운 램시마SC 판매전략은 편의성 외에 SC제형의 장점을 보여준다.

SC제형 기술에 있어 알테오젠의 접근은 다르다. SC제형의 또다른 난관은 세포외기질(ECM)이다. 사람의 피부 아래에는 콜라겐 엘라스틴 히알루론 등으로 이뤄진 ECM이 있다. ECM은 외부 물질의 침투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ECM을 뚫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이다. 알테오젠의 기술은 히알루론을 분해해 약물을 침투시키는 방식이다. 콜라겐과 달리 히알루론은 파괴 이후 빠르게 재생되기 때문에 피부손상 위험이 낮다.

알테오젠은 세계 두번째로 히알루론을 분해할 수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효소(ALT-B4)를 개발했다. 최초 개발사는 미국의 할로자임으로 2006년부터 10곳의 글로벌 제약사와 60여개 물질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약 7조원에 달한다. 할로자임은 표적별로 기술의 독점 사용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알테오젠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하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가 이미 할로자임과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같은 표적의 약물을 출시했거나 개발 중인 회사는 SC제형 변경을 위해 알테오젠과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SC제형은 편의성 등을 무기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주사제형 바이오의약품 중 SC의 비중은 2010년대 초반 20~30%대에서 현재 30~40%로 증가했다. 건수도 2~4건에서 4~8건으로 늘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