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선거법과 검찰개혁 관련법을 막기 위해 민생·비쟁점 법안 199개에 대해 무차별적인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전략을 구사하면서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올스톱’됐다. 이런 가운데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시급한 민생 법안만이라도 처리하기 위해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강용석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은 "'민식이법' 법안 발의 자체가 한 달도 안됐다"면서 "정부 법안도 통과까지 8개월 이상 걸리는데 한 달도 안된 걸 통과시키라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전 의원은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는 그럴 수 있지만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사망 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 부과,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사망 발생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부과하는 건 황당하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법안을 발의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변호사 출신이 아니더라도 국회의원이면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면서 "형사처벌의 기본 원칙은 '고의'다. 교통사고는 '과실'이다. 일부러 저지른 교통사고는 살인이라 전혀 다른 범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법상 과실치상은 5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고 피해자와 합의하면 죄가 안되고 교통사고 과실치사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면서 "이대로 '민식이법' 법안이 통과되면 인신매매, 성매매 성적 착취, 장기적출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것보다 중한 처벌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실'은 범죄를 일부러 저지른 게 아니기 때문에 운전자는 누구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면서 "과실로 사고가 생겼을때 어떤 식으로 처벌하자는 법률이 100년간 이렇게 5년 이하 금고형에 처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특정지역(스쿨존)에서 사고나서 사망하면 3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강 전 의원은 "과실과 고의가 다르게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강훈식 의원과 민식이 부모는 그런 인식이 없다"면서 "민식이 부모야 자기 자식이 죽었으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지 두 달 밖에 안됐다. 흥분해서 법 만들면 안되는게 현대사법 체계다. '민식이법' 통과되면 스쿨존 교통사고가 강도나 강간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훈식 의원도 무면허 운전이랑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으로 벌금 낸 전력이 있다"면서 "택배기사, 택시운전 등 영업으로 차를 모는 분들은 하루종일 운전하는데 그런 분들이 사고냈을때 3년 이상 징역형 받아야 하나, 스쿨존 교통사고 낼 확률 가장 높은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도 "민식이법은 통과되면 안됩니다"라는 제목으로 "이 법안이 통과가 되면 스쿨존내에서 교통사고 사망시에 3년이상 징역, 12대 중과실일 경우엔 무기징역까지도 간다고 하는데 이건 좀 아닌거 같다고 생각이 든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도둑놈 잡자고 도둑질하면 무기징역 혹은 사형이라는 식의 이런 법안은 통과가 되면 안된다"면서 "운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운전자가 운전수칙 다 지켜가면서 운전하는데도 아이들이나 성인이 무단횡단한다고 차 사이 비집고 갑자기 뛰어들면 대처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나 깜깜한 밤에는 더 대처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민식이 아이 같은 경우에도 가해차량이 23km로 운행을 했다고 하는데 사고가 난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런다고 법을 이런식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를 당한 아이와 부모도 피해자이지만 운전자 역시도 법규를 준수하는데도 범죄자가 되어버리게 된다"면서 "이런 사고가 누군가에게 또 발생을 하겠지만 나에게도 혹은 우리 가족에게도 발생을 할 수 있다. 애초에 아이들이 위험하게 길을 건너지 않도록 다른 조치를 하던가 펜스를 설치해야지 이렇게 법을 강력히 제정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온다"라고 했다.
'민식이법' 통과를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댄 지금도 아직 해당 사건에 대한 재판은 종결되지 않은 상태다.
강 전 의원은 "아이 잃은 부모도 비통하지만 부모 잃은 자식도 마찬가지다"라면서 "어떤 유족은 다른 유족에 비해 더 보호받아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