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올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췄던 기저효과가 차츰 완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수요 압력에 의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여주는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근원물가)는 9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로 전년동월대비 0.2% 상승했다. 지난 8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년 만에 최저인 지난 9월(0.6%)과 같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역시 9월과 같은 수준으로, 이전 최저 기록은 1999년 12월 0.1%였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5.3% 떨어지며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0.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에 소유주택을 사용하면서 드는 서비스 비용을 추가한 자가주거비포함지수는 1년 전보다 0.1% 상승했다.
품목 성질별로는 농·축·수산물이 작년 동월보다 2.7% 하락했다. 특히 감자(-38.3%)가 2005년 4월(-45.2%) 이후 최대 하락폭을 보였고, 마늘(-23.6%) 역시 2014년 5월(-25.5%)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0.2% 내렸다. 통계청은 국내 대형 할인 행사인 코리안세일페스타(11월1~22일) 영향으로 자동차 등 내구재 가격이 1.0% 떨어졌다고 부연했다. 전기·수도·가스는 1.5% 상승했고 서비스 물가는 0.7% 상승했다. 특히 외식 등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가격이 1.6% 올랐다.
통계청은 지난해 높은 물가 상승률에 따른 기저효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폭염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농산물 가격인 14.89%로 급등했다가 올해는 5.8%로 하락했다"며 "물가 상승을 낮추는 요인이던 농산물에서의 기저효과가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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