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유망기업을 유니콘으로'…투자조합 결성

입력 2019-12-02 15:27
수정 2019-12-02 15:28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는 사업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의미한다. 사회와 동반 성장을 추구함으로써 사업 혁신을 달성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SK그룹은 사회적 기업과 소셜 벤처 등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 기관과 협업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유망 기업을 유니콘으로

SK는 지난달 7일 서울 서린동 사옥에서 산업은행, 자산운용사 옐로우독 및 SKS PE와 함께 ‘소셜밸류 투자조합 결성식’을 열었다. 산업은행이 200억원, SK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인 행복나래가 100억원, 이재웅 쏘카 대표가 80억원, 임팩트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이 20억원, 성장자본 중심의 투자를 추구하는 SKS PE가 20억원 등을 투자해 총 420억원의 자금이 마련됐다.

투자조합은 내년 초까지 80억원을 더해 500억원을 채울 계획이다.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소셜 임팩트’ 투자 분야에선 국내 최대 규모다. 조합이 투자하는 대상은 질 높은 교육, 건강과 웰빙, 지속가능한 도시, 기후변화 대처 등 유엔이 규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 분야에 기여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펀드는 해당 분야의 유망 기업이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최 회장은 평소 “투자한 사회적 기업이 성장해 자금이 회수되고, 또 다른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SK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이른바 ‘착한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본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2017년 KEB하나은행과 함께 110억원 규모 1호 펀드를 조성했고 2018년에는 신한금융그룹과 2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조성했다. 이번에 조성하는 펀드는 3호가 된다. 1·2호 펀드는 다수의 사회적 기업 성장을 돕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의 동부케어, 중장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상상우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취업을 지원하는 스마트 소셜, 사회임대주택 분야의 더함 등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이 투자받았다.

3호 펀드는 1·2호 펀드 대비 설정액이 대폭 늘어나 각 기업에 돌아가는 투자금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사회적 기업들의 자생적인 생태계가 구축돼 더 많은 자본과 인재가 들어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매 노인들에게 배회감지기 지급

SK는 협력사들과 동반성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2019년 동반성장데이’를 열고 협력사들과 함께 기부행사를 열었다. 경기 용인 SK아카데미에서 열린 동반성장데이에는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황철주 동반성장협의회장(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비롯해 100여 명의 동반성장협의회 소속 협력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날 SK하이닉스와 동반성장협의회 회원사들은 함께 조성한 5000만원의 기금을 경기사회복지모금회에 전달했다. 기금은 치매노인과 발달장애인 등의 실종 방지를 위한 배회감지기 450여 개 구매비용으로 사용된다. SK하이닉스는 2017년부터 총 1만6000여 명의 실종 위험 대상자에게 배회감지기를 지급했다. SK하이닉스는 치매 어르신들의 안전 및 실종 예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9월 경찰청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SK텔레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미얀마에 쿡 스토브를 보급하고 있다. 쿡 스토브는 시멘트 소재로 만들어진 난로 형태의 조리도구다. 열효율을 증가시켜 온실가스 배출량 및 나무땔감 사용량을 줄이고, 조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작년 6월 미얀마 환경부와 함께 미얀마 중북부에 있는 사가잉, 만달레이, 마괴 주 등 건조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5만4000여 대의 쿡 스토브를 보급했다. SK그룹은 앞으로 5년에 걸쳐 미얀마 전역의 172만8000가구를 대상으로 총 432만 대의 에너지 고효율 쿡스토브를 보급할 예정이다.

미얀마 현지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장형일 SK텔레콤 매니저는 “이번 사업을 통해 매년 121만5000t 규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소나무 약 3억7570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