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법안 심사 단계마다 제동이 걸리면서 ‘동네북’이 되고 있다.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변수까지 더해져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1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계류하기로 결정했다. 정무위 등 해당 상임위의 심사를 거쳤지만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한 명이 제동을 걸면서 본회의 상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채 의원은 신용정보법 개정안 대체토론에서 “법의 애초 목적인 개인정보 보호에 반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데이터 3법이라는 미명 하에 개인 정보를 가명 정보로 바꾼 뒤 기업·기관들에 쉽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용정보법은 앞서 같은 당 지상욱 의원의 단독 반대로 정무위 통과가 미뤄지기도 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김도읍 자유한국당 등 여야를 막론한 법사위원들이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했고, 원내대표 간 합의를 한 만큼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다음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 여부를 정하자”며 채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국회 안팎에서는 이 같은 법사위의 행태를 두고 ‘상원 갑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법 37조2항에 따르면 법사위는 ‘법률안·국회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을 다뤄야 한다. 법안 내용에서 위헌 요소나 다른 법률과의 충돌이 없는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관 상임위가 합의 처리한 법안 내용을 법사위에서 다시 검토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심사 속도가 가장 늦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개점 휴업’ 탓에 상임위에 발이 묶였다. 지난달 29일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실시간 검색어 제재법’을 정보통신망법과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회의가 열리지도 못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