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이 가업상속공제 시 업종·자산·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된다. 고용 유지 기준은 7년간 ‘정규직 근로자 인원을 유지’하거나 ‘총급여액을 유지’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가업상속공제는 대를 이어 기업을 운영하면 상속재산에서 일정액을 공제해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을 낮춰주는 제도다.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은 상속인은 10년간 업종·자산·고용을 유지해야 했다. 이 사후관리 요건을 지키지 않으면 감면받은 세금을 토해내고 가산세까지 문다. 기획재정부는 ‘10년이란 기간이 너무 길다’는 업계 건의를 수용해 이 기간을 7년으로 줄이는 내용의 정부안을 냈고, 기재위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여야는 기재위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에는 없던 고용 유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기존에는 고용 유지를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 수를 유지한 것’으로만 봤다. 하지만 이번에 ‘7년간 해마다 상속 당시 총 급여액의 최소 80%를 유지하고, 7년 임금 총액의 연평균이 상속 당시 총 급여액의 100% 이상인 경우도 기준을 충족시킨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기재위 관계자는 “고용 유지 조건으로 총 급여액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건 가업상속공제가 활발한 독일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라며 “임금이 매년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기업이 총급여액 기준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계가 요구한 공제 대상 및 한도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제 대상은 ‘상속 직전 3년 평균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인데, 중견기업들은 이 기준을 5000억원 미만으로 늘려달라고 해왔다. 최대 500억원인 공제 한도를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됐으나 이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기재위에서는 자녀가 부모와 10년을 함께 거주한 ‘동거 주택’의 상속 공제율을 주택 가격의 80%에서 100%로, 공제 한도를 5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동거 주택으로 인정받으려면 부모는 1가구 1주택이어야 하고, 상속받는 시점에 자녀는 무주택자여야 한다.
중소기업의 접대비를 필요경비로 인정(손금산입)하는 한도를 24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확대하는 법인세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손금산입은 재무상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았으나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