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실리콘밸리' 스콜코보 혁신센터…IT·바이오 등 2000개 스타트업 입주

입력 2019-12-01 17:14
수정 2019-12-02 03:26
11월 19일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에서 차로 20분 정도 이동해 도착한 스콜코보 혁신센터. 주거공간을 포함한 스콜코보시티의 전체 부지는 400만㎡다. 주차장에서 5분 정도 걸으니 업무·전시공간인 스콜코보 테크노파크에 다다랐다.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9만6228㎡ 면적의 스콜코보 테크노파크에 들어서자 전동휠을 타고 건물 곳곳을 누비는 개발자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1층은 회의 공간과 입주 기업 제품을 전시한 쇼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인 드론 오토바이인 ‘호버바이크’가 눈에 띄었다. 호버바이크는 스콜코보에 입주한 러시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호버서프가 개발한 비행 가능 오토바이다. 호버바이크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경찰에도 판매됐다.

스콜코보 입주 기업들이 지난해 올린 매출은 696억루블(약 1조28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스콜코보 인프라와 기술기반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332억루블이었다. 러시아 전체 벤처투자액의 40%에 이르는 규모다. 스콜코보 내에서 작년 한 해 동안 3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다.

보안대를 통과하자 공용 업무공간과 연구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무공간은 2만3437㎡, 공용 업무공간은 5538㎡ 규모다. 3D(3차원) 프린터 등 고가의 장비를 빌려 쓸 수 있는 공용 업무공간에서 활발하게 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입주 기업인 RF소프트의 빅토르 시넨코 매니저는 “스콜코보에서 기업들은 시제품 개발, 교차 판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를 신청한 기업 5개 중 1개꼴로 선발된다. 새로운 기술 보유 여부, 인적 구성과 사업화 가능성 등이 선발 기준이다. 입주 스타트업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 연구개발용 기기 수입 관세도 환급해준다.

2010년 출범한 스콜코보는 △스타트업 지원 △스콜텍(인재 양성) △300여 개 파트너 기업과 네트워크 △스콜코보벤처스(스타트업 투자 펀드) 등 크게 네 가지 부문으로 운영되고 있다. 알렉산드라 바르셰프스카야 스콜코보 부센터장은 “스콜코보는 2008~2009년 경제 위기를 겪은 러시아 정부가 자원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IT·바이오·에너지·우주·원자력기술 등 다섯 가지 분야의 스타트업을 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파트너사들과의 인공지능(AI) 관련 연구개발(R&D)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스콜코보의 파트너사다. 삼성전자는 스콜코보에 AI센터를 두고 있다. LG전자 모스크바연구소는 스콜코보 입주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러시아법인도 최근 스콜코보와 파트너십을 맺고 모빌리티랩을 설립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스콜코보에 AI연구센터를 세우고 이미지 인식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 제2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에도 스콜코보와 같은 혁신센터인 ‘하이파크’가 들어설 예정이다. 극동 지역의 블라디보스토크에도 극동연방대를 중심으로 혁신센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러시아 전략구상처(ASI)의 안톤 모스칼렌코프 국제협력관은 “러시아 연방의 여러 지역에 혁신센터가 설립되고 있다”며 “혁신센터는 단순히 시설만 세우는 게 아니라 세제 혜택을 주고 수입·수출을 간소화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KPF 디플로마 ‘러시아전문가’ 과정 참여 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