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변호사 목소리를 외면해 유감입니다. 변호사는 국민이 검찰이나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 곁에 있으면서 누구보다 수사 현실을 잘 알고 있는데요.”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사법연수원 33기·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만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처리 과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국회는 형사사법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법안을 처리하면서 핵심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업계와는 공청회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안과의 연계 처리 방식으로 진지한 논의 없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수사권이 나뉘는 것 아니냐는 게 박 회장 우려다.
지난 7월 박 회장 주도로 서울변회가 중립적인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해 보겠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국 변호사 2만7000여 명 가운데 2만여 명이 가입된 서울변회가 의견을 내면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박 회장은 “경찰에 권한을 더 주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경찰의 수사 역량을 그에 걸맞게 강화할 대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 검찰항고와 재정신청 등의 불복 절차가 있는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찰이 일단 종결한 사건을 기소하기가 어려워진다”며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간 범죄자를 재판에 넘기지 못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TF팀이 변호사 14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77.2%가 검찰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현재 법안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았다.
박 회장은 공수처 설치를 반대했다. 그는 “공수처가 필요할 정도로 고위공직자 범죄가 심각한지 의문”이라며 “특별검사, 국정조사 등 기존 제도를 활용해도 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검사와 수사관은 연임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가 우려된다”며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와 적극적 행정행위 등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변호사업계 이익을 대표해야 하는 박 회장은 요즘 걱정이 많다. 그는 “송무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회원들로부터 변호사 주변 직역의 공세를 좀 막아 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앞으로 국회에서 우리 변호사들 움직임과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청년 변호사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시급하다”며 “서울 시내 25개 구청에 변호사를 직접 채용해 줄 것을 요청하거나 젊은 변호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인혁/박종서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