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新캐시카우' 1조 투자 저유황유 생산 임박

입력 2019-12-01 17:01
수정 2019-12-02 02:06

지난달 27일 찾은 울산 고사동의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축구장 11개 면적인 8만2645㎡의 부지에서 SK이노베이션 정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의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핵심 설비인 반응기(리액터·원료유에 수소를 첨가해 황을 제거하는 기계)와 다른 공정을 연결하는 길이 240㎞의 배관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내년 1월 보온재 설치 등 후속 작업이 끝나면 SK에너지는 29개월에 걸친 공사를 마무리한다.

VRDS는 고유황 중질유에서 황을 제거해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부터 공해상을 운항하는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허용 기준을 3.5%에서 0.5%로 강화한다. SK에너지는 선박용 저유황 연료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2017년부터 VRDS 건설에 1조원을 투입했다. 당초 내년 6월로 예정된 상업 가동 일정을 앞당겨 3월부터 저유황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VRDS 공정에는 아스팔트 및 고유황 연료에 쓰이는 저가 잔사유를 원료로 투입한다. 여기에 고체 촉매와 수소를 첨가해 탈황 반응을 일으키는 고도화 작업을 거치면 저유황유를 얻게 된다. 저유황유는 고유황유보다 40~50%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SK에너지가 생산할 저유황유의 황산화물 배출량은 t당 3.5㎏으로 기존 고유황 중질유(24.5㎏)보다 86% 적다.

SK에너지가 VRDS를 상업 가동하면 IMO 기준에 맞춘 저유황유를 하루에 4만 배럴씩 연 3300만 배럴 생산하게 된다. SK에너지는 석유제품 수출 계열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협업해 국내 18개 선사와 저유황유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안정적인 판로도 확보했다.

SK에너지는 저유황유 생산으로 연간 2000억~3000억원의 수익을 내 내년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 여파로 이 회사의 올해(1~9월)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3.8% 급감한 3090억원에 그쳤다.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의 실적 부진 탓에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1조1587억원)도 전년보다 51.7% 줄었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최근 유가 변동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석유사업에 VRDS가 확실한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황산화물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 시장 확대 여부다.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선박 수가 증가하면 저유황유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정유업계에선 스크러버보다 저유황유 사용 비중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로 배기가스를 씻어낸 뒤 폐수를 배 밖으로 버리는 개방형 스크러버는 바다를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독일 등에서는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울산=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