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들뜬 분위기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나 꼽으라면 ‘연말정산 대비 절세 계획’이다. 소득공제는 말 그대로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과세표준)에서 일정 금액을 빼고 납부할 세금을 산출하는 것이다. 반면 세액공제는 이미 산출된 세금에서 일정 금액을 빼주는 것으로, 내야 할 세금 자체를 줄여준다. 고소득자라면 과세표준을 낮춰주는 소득공제가 유리하지만, 내년 연말정산의 혜택을 최대로 늘리려는 계획이라면 세액공제 항목도 꼼꼼하게 챙겨볼 필요가 있다.
세액공제를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는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가 있다. IRP 계좌에는 해마다 최대 180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다. 이 중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간 700만원까지만 공제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돌려받는 세금은 얼마나 될까? 세액공제 효과는 소득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700만원 공제 한도를 모두 채워 납입했을 경우, 총급여가 연간 5500만원(또는 종합소득금액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은 납입금액의 16.5%(지방소득세 포함)에 해당하는 115만5000원의 세금을 돌려받는다. 반면 이보다 소득이 많은 사람은 13.2%(지방소득세 포함)에 해당하는 92만4000원을 환급받는다. 따라서 맞벌이 부부가 세액공제를 좀 더 많이 받고자 한다면, 소득이 적은 사람의 세액공제 한도부터 채우는 것이 유리하다. 한도를 초과해 납입한 금액은 다음해로 이월해 세액공제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하지만 단순히 세액공제만을 목적으로 IRP에 가입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일이다. 정부에서 이 같은 세제 혜택을 주는 이유는 노후 대비 저축액을 늘리고, 이를 통해 퇴직 후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돕기 위해서다. 따라서 세액공제를 받은 이후 중도 해지하거나 일시금으로 받으면 납입금액과 운용수익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를 부과한다. 받은 혜택을 고스란히 반납하는 셈이다.
대신 연금으로 받을 때 주어지는 세제 혜택은 더 다양하다. IRP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인출 시점까지 늦출 수 있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비교적 낮은 세율(3.3~5.5%, 지방소득세 포함)이 적용된다. 단 연간 연금수령액이 12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되므로, 연금수령 기간 등을 조정해 한도가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한 IRP 계좌에는 퇴직금도 같이 넣어 운용할 수 있는데,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30%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따라서 IRP 절세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적은 금액이라도 노후 준비를 위한 장기저축의 목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국세청에서는 연말정산 결과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직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면 남은 한 달은 IRP를 활용해 연말정산 대비 절세 계획을 세울 마지막 기회다. IRP 계좌의 장점 중 하나는 납입 시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정 금액을 매월 나눠서 넣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원하는 날에 목돈으로 한 번에 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홈페이지는 물론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도 쉽고 편리하게 IRP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마땅히 세액공제 혜택 항목이 없다면 늦기 전에 IRP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
서여경 삼성생명 퇴직연금컨설팅파트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