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 화학물질 신고기준 1t…韓은 1㎎도 규제"

입력 2019-11-29 17:17
수정 2019-11-30 00:54
“한국이 혁신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하고 세세한 규제들 때문입니다.”(줄리엔 샘슨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헬스케어위원회 위원장)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 적용 등을 ‘한국만의 독특한 산업 규제’라고 지적하고 정부에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ECCK는 360여 개의 유럽 및 국내외 기업을 회원사로 보유한 단체다. 2015년부터 매년 한국의 규제 실태에 대한 백서를 발간해왔다.

ECCK는 2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백서 2019년 발간 기자회견을 열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ECCK 회장(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과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EU) 대사, ECCK 산업별 위원장들이 참석했다.

규제 완화 건의는 작년 123개에서 올해 180개로 대폭 늘었다. 내년 중소기업에 확대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우려가 컸다. 라이터러 대사는 “중소기업에까지 주 52시간제를 일괄 적용하는 것을 심히 걱정하고 있다”며 “한국에 있는 유럽 기업 중 99%가 중소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에 대한 처벌 조항도 ‘과도하다’는 게 라이터러 대사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에 있는 경영자들이 선의를 가지고 일했는데 나중에 범법자가 되는 사례가 있다”며 “독특한 경영진 형사처벌 문제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샘슨 위원장(GSK 한국 사장)은 한국에서 임상시험이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해 “규제 방식이 현대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CCK에 따르면 중국의 신규 임상시험 건수는 작년 661건, 올해(11월 말 기준) 658건에 달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작년 318건에서 208건으로 급감했다. 샘슨 위원장은 “임상 데이터를 보면 중국이 한국에 앞서가고 있는데 이게 바로 ‘코리아 패싱’ ‘코리아 레프트 비하인드’(한국만 뒤처지는 현상)”라며 “임상시험이 급감한 것은 규제 방식이 현대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화학분야의 건의사항은 화학물질관리법상 규제에 대한 불만에 집중됐다. 황지섭 ECCK 화학위원회 위원은 “연구개발(R&D)용 화학물질에 새로운 성분이 1㎎이라도 들어 있으면 한국 정부에 ‘등록면제확인’을 받아야 한다”며 “유럽은 1t 미만의 R&D용 물질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