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조원 넘어선 쿠팡·토스·무신사…바로 모든 스타트업의 꿈 '유니콘'이랍니다

입력 2019-12-02 09:00
10~20대가 많이 찾는 패션 쇼핑몰 ‘무신사’의 기업가치가 2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세계적 벤처캐피털 회사인 세쿼이아캐피털에서 최근 2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다. 무신사 창업자인 조만호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신발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1년,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인터넷 동호회를 만들었다. 최신 패션정보로 가득한 무신사가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자 2009년부터 직접 옷과 신발을 팔기 시작했다. 무신사에서 지난해 팔려나간 상품은 4500억원어치. 청년창업의 새로운 성공신화로 주목받고 있다.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헥토콘으로

무신사는 이로써 쿠팡, 배달의민족, 토스, 야놀자, 위메프 등에 이어 한국의 열 번째 ‘유니콘’ 기업이 됐다. 유니콘이란 기업가치가 10억달러(국내 기준으로는 1조원)를 넘어선 비상장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니콘이라는 말은 2013년 미국 벤처캐피털(VC) 카우보이벤처스의 에일린 리 대표가 한 정보기술(IT) 매체 기고문에 처음 쓴 이후 널리 퍼졌다.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과 같이 현실에서 보기 쉽지 않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기업가치가 더 높아져 100억달러를 넘어서면 데카콘이라 부른다. 유니콘의 유니(uni)가 숫자 1을 뜻하는 데서 착안, 숫자 10을 뜻하는 접두어 데카(deca)로 바꾼 것이다. 해외 스타트업 중에는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 반열에 오른 곳이 이미 여럿 나왔다. 중국의 승차공유업체 디디추싱, 틱톡을 만든 바이트댄스, 미국의 전자담배업체 쥴랩스, 항공우주업체 스페이스X 등이 대표적이다. 몸값이 1000억달러를 돌파하면 헥토콘이라 한다. 숫자 100을 의미하는 헥토(hecto)에서 유래한 단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유니콘 나오길”

주식시장에 상장된 큰 기업 가치는 시가총액으로 손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비상장 스타트업의 몸값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긴 쉽지 않다. 창업자가 제아무리 “우리 회사는 유니콘”이라고 외쳐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지 않은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창업 이후 수차례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거쳐 산정된다. 얼마를 투자해 지분을 몇 퍼센트나 가져갈지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가치가 조(兆) 단위에 진입했다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이룬 ‘대박 벤처’로 공인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유니콘을 꿈꾸는 이유다. 무신사는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을 활용해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내년에는 거래액 1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뛰어오른다는 포부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가 집계하는 ‘세계 유니콘 목록’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유니콘 기업은 총 419개이며, 약 80%가 미국과 중국 회사들이다. 물론 유니콘에 오른다고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사업이 부진해져 유니콘에서 이탈한 사례도 적지 않다. 공유오피스업체 위워크의 경우 1년 새 기업가치가 6분의 1로 쪼그라들어 지금까지의 평가가 ‘거품’이었다는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