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2030 자궁경부암 환자 증가…초기증상 거의 없어 2년마다 검진 필수

입력 2019-11-29 10:32
수정 2019-12-07 00:30

20대 암 환자가 늘고 있다. 가장 가파르게 늘어나는 암이 자궁경부암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자궁경부암 환자는 2014년 2041명에서 지난해 3370명으로 65.1% 증가했다. 5대 암 중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자궁경부암은 유방암과 함께 대표 여성암으로 불린다. 자궁경부암의 증상과 치료법을 알아봤다.

젊은 환자 늘어나는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에 생기는 여성 생식기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6년 신규 자궁경부암 환자는 3566명이다. 여성에게 생긴 암 중 7위다. 자궁경부암은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환자가 줄고 있다. 조기검진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예방백신 접종이 늘면서다. 하지만 국내 젊은 여성 환자는 줄지 않고 있다. 2016년 기준 15~34세 여성에게 생긴 암 중 자궁경부암은 갑상샘암, 유방암에 이어 세 번째로 흔한 암이다.

하중규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과거보다 영양상태가 좋아져 2차 성징 발현 연령이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성 경험 연령이 낮아지지만 제대로 된 성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여성의 성장과도 관련이 있다. 자궁경부암이 생기는 부분인 변형대가 청소년기에는 자궁경부 바깥쪽에 있어 성인보다 자궁경부암이 생길 위험이 높다. 기경도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른 나이의 성관계 증가, 다수의 성 파트너, 흡연 등이 젊은 층 환자 증가의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이 주요 원인

자궁경부암은 여러 외부요인 영향을 받지만 성 접촉으로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환자가 많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종류는 150여 가지가 넘는다.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나뉜다. 저위험군은 성기 사마귀 등이 원인이다. 6번과 11번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고위험군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16번과 18번이 대표적인 고위험군 바이러스다. 대부분 일시적이고 5년 안에 죽지만 지속적으로 감염되면 자궁경부암 위험도 커진다. 자궁경부암 환자 99.7% 이상에서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이 발견됐다는 보고도 있다. 기 교수는 “고위험군 바이러스(16번, 18번 아형 등)가 있으면 자궁경부암 발생위험도가 열 배 이상 증가한다”고 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는 20~24세다. 이후 40~50세까지 줄어들다 20% 정도로 감염 위험이 유지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성생활을 하는 여성의 80%가 평생에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흔하다. 감염 후 암으로 진행되기까지 수년에서 수십 년 정도 걸린다.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성관계를 하기 전인 이른 나이에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하는 이유다.

초기증상 거의 없어…질 출혈 있으면 의심

자궁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하 교수는 “간혹 자궁통을 느낀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성의 Y존 윗부분에 통증이 생기면 생리통 정도로 간주할 수 있다”며 “자궁경부암의 가장 뚜렷한 증상은 성교 이후 경미한 질 출혈”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나타난다. 2차 감염이 생기면 배뇨곤란, 혈뇨, 직장 출혈, 하지부종, 체중감소 등의 증상도 호소한다.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진찰을 받고 국가 암검진 등 조기 검진프로그램을 받아야 한다. 자궁경부암은 부인과 건강검진을 규칙적으로 받는 것만으로도 100%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암이다.

자궁경부암이 의심되면 초음파 검사, 자궁경부세포검사,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를 한다. 자궁경부 세포검사는 간단하고 비교적 저렴해 자궁경부암 환자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은 2~3년 간격으로 정기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를 자궁경부 세포검사와 함께 시행하면 검사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에서 시작해 세포 변화가 일어나는 이형증, 상피내암을 거쳐 침윤암(1~4기)으로 진행된다. 병의 진행단계별 특징이 명확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깝다. 자궁경부암 전 단계인 상피이형증과 상피내암(0기암)으로 판정되면 자궁경부 원추 절제수술만 받아도 치료할 수 있다.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암

자궁경부암은 예방백신으로 막을 수 있는 암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항체를 미리 만들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예방백신을 접종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는 15~17세다. 이 시기가 지났더라도 26세 이전에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암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4세 이전에는 두 번 접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돼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무료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연령대라면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은 50~60% 정도다. 몇 해 전 일본에서 부작용 논란이 일었던 것 등이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하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후 장애나 사망을 초래하는 중증 이상반응 발생은 한 건도 없었다”며 “신고사례도 일시적이거나 경미한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독감 백신을 맞았을 때 생기는 부작용과 같다. 백신을 맞으면 남성에게 생기는 생식기 사마귀(곤지름)나 음경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남성도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좋다.

기 교수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세계 65개 나라에서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돼 2억 건 이상 안전하게 접종되고 있다”며 “백신 안전성 우려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보건당국에서 여러 차례 조사를 했지만 부작용 관련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그는 “막연한 우려 때문에 접종을 망설이지 말고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안심하고 예방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기경도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하중규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