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핀테크社 확대…무제한 무료송금 '핀크' 뜬다

입력 2019-12-01 16:05
수정 2019-12-01 16:06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핀크가 오픈뱅킹 전면 시행(12월 18일)을 앞두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핀크와 같은 전자금융업자가 오픈뱅킹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송금 수수료가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고, 시중은행과의 계좌·송금 연결이 무제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위원회에 오픈뱅킹 서비스 사용을 신청한 핀테크 업체는 핀크를 비롯해 총 160여 곳이다. 업계에선 오픈뱅킹 수혜를 볼 업체로 10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뱅크샐러드, 페이코와 함께 핀크를 꼽는 의견이 많다.

무제한 무료송금 몰랐죠?

핀크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은행과 통신사가 세운 핀테크사(지분 하나금융 51%, SK텔레콤 49%)로 2016년 8월 큰 기대를 받으며 출범했다. 하지만 현재 회원 수는 250만 명가량으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핀크 앱은 송금 및 자산관리와 보험진단, 기프티콘몰 등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송금과 자산관리 기능은 각 분야에서 업계 1위로 꼽히는 토스, 뱅크샐러드에 버금간다. 토스와 카카오페이는 무료송금을 ‘월 10회’로 제한하고 있지만 핀크는 횟수 제한 없이 무조건 무료다. 은행의 모바일뱅킹 앱은 해당 은행 계좌 간 송금할 때나 우수고객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


핀크가 ‘송금 앱’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이유는 계좌를 연결할 수 있는 은행 수가 12개로 적었기 때문이다. 핀크에선 광주·전북·대구은행, 신협 등의 계좌를 연결할 수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는 주주사인 KEB하나은행을 제외하면 계좌를 연동할 수 없다. 신한·국민·우리은행 등이 주거래은행인 사용자는 굳이 핀크를 사용할 유인이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오픈뱅킹이 적용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별도 제휴 없이 다른 은행과 계좌 연결이 가능해진다. 핀크 관계자는 “무료 송금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늘면 금융상품을 파는 플랫폼 영업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안신용평가·SKT 전용적금 ‘인기’

핀크는 오픈뱅킹 시행을 앞두고 주주사인 SK텔레콤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의 ‘T전화’ 앱을 활용하면 휴대폰 번호로 간편 계좌 입·출금을 할 수 있다. 오픈뱅킹이 시행되면 더욱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결제 정보를 일일이 입력할 필요 없는 ‘원클릭’ 결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핀크는 오픈뱅킹으로 늘어날 사용자에게 차별화한 금융상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선보인 ‘대안 신용평가’를 활용한 대출 서비스도 같은 이유로 시작했다. SK텔레콤 가입자에게 휴대폰 결제내역, 기종 등의 정보를 받아 ‘핀크 T스코어’를 뽑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대출 한도 및 금리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광주은행, 스마트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대출만 받을 수 있지만 조만간 대형 시중은행의 대출상품도 추가할 예정이다.

SK텔레콤, 대구은행과 5월 출시해 인기를 끈 ‘T 하이파이브(high5) 적금’ 같은 특판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T 하이파이브 적금은 최대 연 5%의 금리를 제공해 4개월여 만에 9만 명의 고객을 모았다. 핀크 관계자는 “오픈뱅킹은 핀테크업체와 소비자에게 유리한 점이 많지만 보안사고 우려도 높다”며 “KEB하나은행과 SK텔레콤이 만든 핀크는 이미 기존 금융사 수준의 보안 체계를 갖췄고, 망분리 의무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이미 대부분의 기존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있어 오픈뱅킹이 시행 후에도 송금 수수료가 내려가는 효과 말고는 큰 이점이 없다”며 “핀크 등 가능성을 확인받은 다른 핀테크 플랫폼 업체의 약진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