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래차 '감원 폭풍'…일자리가 떨고 있다

입력 2019-11-28 10:36
수정 2020-02-26 00:02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잇따라 인원 감축을 발표하고 있다. 폭스바겐, 아우디, 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 등 완성차뿐 아니라 콘티넨탈, 로딩 같은 세계적 부품제조사도 감원 폭풍을 예고했다.

기름으로 달리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막고, 친환경 전기차 시대로 전략 기둥을 옮기면서다. 핵심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전기차는 부품이 훨씬 적게 든다는데 있다.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엔 약 3만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차와 수소차는 각각 1만9000개, 2만4000개의 부품만 있으면 된다.

자동차 산업은 수십년간 관련 생산 업체 내 수천, 수만명 일자리를 지탱해왔다. 머지 않아 한국에도 '감원 폭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터진다.

◆ 아우디, 내연기관 대신 미래차 일자리 신설


28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2025년까지 자회사인 아우디 직원 9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형식은 조기 퇴직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람 쇼트 아우디 최고경영자는 "격변의 시대에 우리는 아우디를 더 효율적이고 민첩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는 생산성을 높이고 독일 공장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계획이 문제없이 진행되면 아우디는 2029년까지 600억유로(한화 약 77조75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 돈으로 폭스바겐은 전기차와 디지털 분야, 미래 모빌리티에 투자해 2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가솔린 및 디젤 대신 앞으로 75종의 전기차와 60종의 하이브리드차 모델을 개발하기로 한 계획이 이와 맞닿아 있다.

◆ 인원 감축은 세계적 흐름…부품사도 영향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잇따라 인원 감축을 예고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기업인 다임러도 지난 14일 자동차 업계 변화에 대응하고자 2022년 말까지 감원을 통해 10억유로(한화 약 1조3000억) 이상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다임러는 구체적인 감원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경영관리 부문 인력 10%를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현지 언론은 1100명의 인력이 감원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임러 역시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감원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친환경 차량 투자 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 자동차 회사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는 지난 3월 독일 공장에서 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없애기로 했고, GM은 메리 바라 CEO 주도로 공장을 폐쇄하고 있다. 닛산도 최근 1만2000여명 수준의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비용은 여지없이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계획이다.

감원 한파는 완성차 업체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독일의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은 2028년까지 504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엔진 유압 부품을 생산하는 독일 로딩 공장을 2024년에 폐쇄하기로 해 이 공장에서 520명이 감원된다. 또한 디젤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림바흐 오베르프로나 공장에서도 850명이, 바벤하우젠 공장에서도 22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 미래자동차 부품 수 확 줄어든다


인원 감축의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제조 공정이 기존 내연기관차 공정보다 인력이 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자동차부품공업협회 자료에 의하면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에는 약 3만개의 부품이 사용되지만 전기차와 수소차는 각각 1만9000개, 2만4000개의 부품만 필요하다.

게다가 유럽연합(EU)과 북미,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EU는 지난 5월28개 회원국과 유럽의회 간 협의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보다 37.5%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EU는 2021년까지 전체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95g이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때문에 전기차 개발은 선택이 아닌 회사의 생존 필수 요소가 됐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장 한국지엠은 창원공장에서 비정규직 560명을 해고했고 부평공장에서도 최근 100여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현대차 노조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도 좋지만 일자리는 노동자와 그의 가족에게는 생사가 걸린 일이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친환경 규제는 서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어서 신시장 개척을 통해 노동자에게 충분히 시간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