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P "명품 기타 깁슨·펜더에 프렛와이어 공급…아파트 통합난방 사업으로 영역 확대"

입력 2019-11-28 16:44
수정 2019-11-28 17:01

기업가 정신은 도전정신이다. 경영여건이 어려워도 이를 뚫고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김학렬 DHP 대표는 기존의 악기 기타 관련 제품에서 밸브로 사업을 확장한 데 이어 이번엔 공동주택의 통합난방시스템으로 업역을 넓히고 있다. 움츠러들지 않고 사업 확장에 나서는 이들을 만나봤다.

깁슨과 펜더는 기타(guitar)의 명품으로 불린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들이 이 기타로 명곡을 연주해왔다. 경기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DHP(대표 김학렬·63)는 이들 기타에 프렛와이어(음철·fret wire)를 공급하는 업체다. 김학렬 대표는 “깁슨과 펜더는 물론 야마하, 삼익악기 등 국내외 기타에서 사용하는 프렛와이어의 약 80%를 우리가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렛와이어는 기타의 지판(指板)을 구획하는 금속제 돌기다. 기타의 넥 부분에 보통 20~24개가 박혀 있다. 코드를 잡을 때 기타줄이 울리는 길이를 조절해 음의 높낮이를 조율해주는 역할을 한다. 프렛와이어는 지판에 가느다란 홈을 판 뒤 압입해 설치한다. 머리핀 정도의 작고 가는 금속제품이지만 옆엔 미세한 돌기가 나 있다. 정밀가공이 필수다. 잘 마모되지 않아야 하며, 변색되지 않아야 한다. 이런 물성을 갖추기 위해 이 회사는 기초 원자재인 백동선(니켈·구리 합금)을 미국에서 수입한 뒤 이를 정교하게 가공한다.

삼익악기에서 기계 제작 등을 담당해온 김 대표는 1984년 창업해 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서울 양남동로터리 부근에 차린 100㎡ 규모의 임차공장에서 이를 국산화했다. 당시 사명은 대흥정밀이었지만 2011년 DHP로 변경했다. 기계 제작에 강점이 있던 그는 프렛와이어 제작기계를 직접 개발했다. 이를 통해 정교한 제품을 생산해 품질을 인정받았다. 2012년부터는 기타줄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타줄은 패키지 단위로 진공포장해 3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는 도전정신이 강한 기업인이다. 2006년에는 동은메탈을 인수해 사업영역을 밸브로 확장했다. 에너지 사업부에선 볼밸브 정유량밸브 분배기 동플랜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지역난방을 이용하는 공동주택의 통합난방시스템이라는 신규 사업에 나섰다. 아쿠아비트(AQUAVIT)라는 브랜드의 이 장치는 두 가지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바이패스(by-pass) 관이 구비되는 가구별 지역난방시스템’이다. 이를 개발해 발명특허를 얻었다.

김 대표는 “기존의 중앙난방시스템에 적용된 공동주택의 난방시스템이 노후화되면 배관 부식과 누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난방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기존 배관을 교체할 때 각 가정에 난방 공급이 중단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시스템을 설치하면 노후 배관 교체 때 교체 부분의 난방수나 급탕수를 바이패스 관을 통해 우회토록 한다”며 “공사 중인 가구를 비롯한 극소수 가구 이외엔 난방 및 급탕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보수가 편리하고 사용도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30층짜리 아파트의 경우 한 가구의 배관 공사 때 계단 양쪽 60가구 전체가 난방과 급탕 사용에 불편을 겪지만 바이패스 구조로 배관을 교체하면 불편을 겪는 가구를 10가구 이하로 줄일 수 있다”며 “유지보수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열교환기를 갖춘 지역난방용 배관모듈’이다. 김 대표는 “기존에 공급되던 열매체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열교환 방식으로 난방수를 가열해 사용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가구별 열교환기를 이용해 열효율을 높이도록 설계돼 난방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기타 관련 제품, 밸브 제품, 통합난방시스템을 세 가지 축으로 삼아 사업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