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진의 토요약국] 美 FDA 허가 받은 '붙이는' 치매 치료제

입력 2019-11-29 09:45
수정 2019-12-07 00:31
SK케미칼의 치매 치료 패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화제입니다. 붙이는 약하면 멀미약 키미테나 금연 패치를 떠올리기 쉬운데요. 최근에는 약물전달기술이 발달해서 먹는 약을 붙이는 패치로 개발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치매처럼 인지장애로 인해 복약 시간과 횟수를 기억하기 힘들거나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약물을 제때 투여할 수 있어 유용하기 때문이죠. 알약과 효과는 같으면서 오심, 구토, 염증 등 부작용이 적고 위와 간에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SK케미칼이 허가받은 패치제는 국내에서는 ‘원드론 패치’(사진)로 2014년부터 판매되던 제품입니다. 오리지널 제품은 노바티스의 ‘엑셀론’입니다. 국내에서는 원드론 패치 외에도 명인제약의 ‘리셀톤’, 씨트리의 ‘엑셀씨’ 등의 제네릭이 출시돼있습니다. 이들 제품은 리바스티그민 성분 패치제인데요. 하루 한 번 붙이면 되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치매 환자가 늘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잇달아 패치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리바스티그민 성분의 패치제는 이미 시중에 나와 있기 때문에 패치제가 개발되지 않은 도네페질 성분의 패치제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도네페질 성분의 치료제는 국내 치매 치료제 시장의 70%를 차지하는데요. 오리지널 제품은 다국적 제약사 에자이의 ‘아리셉트’입니다. 현재는 먹는 약밖에 없습니다. 에자이도 패치제 개발에 세 번이나 도전했는데 실패했다고 합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도네페질의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800억원으로 최근 4년간 성장률은 13%대에 이릅니다. 2021년에는 시장 규모가 25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도네페질 패치제를 개발 중인 국내 회사로는 아이큐어가 있습니다. 최근 셀트리온이 아이큐어와 손잡고 패치제 임상 3상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죠. 셀트리온이 다른 업체와 손잡고 합성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을 받았는데요. 셀트리온은 2017년 6월 아이큐어가 개발해 임상 1상을 마친 도네패질 패치제 개량신약에 대한 국내 공동 판권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치매 패치의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주일에 두 번만 부착하면 되는 제품으로 개발 중인데요. 하루에 한 번 먹는 것보다 편의성이 높습니다.

보령제약도 경피약물전달체계 기술을 보유한 라파스와 도네페질 패치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니들 치매 치료제로 1주일에 2회 또는 3회 부착하는 패치제입니다. 올해 임상 1상에 들어가 2023년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대화제약과 대웅제약도 도네페질 성분의 치매 패치제를 연구하고 있는데요. 리바스티그민 치료제 시장보다 도네페질 치료제의 시장이 크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기대가 큽니다. 성공만 하면 기존 도네페질 경구약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