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정부 접수채널 민간으로 넓혀야"

입력 2019-11-28 17:17
수정 2019-11-29 01:29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자 경제계가 접수 창구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은 4개 정부 부처(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만 규제 샌드박스 승인 신청을 받는데 ‘민간 접수 채널’을 신설하자는 주장이다.

기업인 사이에선 공무원과 일하다 보니 ‘허심탄회하게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받는 게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신청 건수가 늘어나면서 최장 30일로 정해져 있는 규제 샌드박스 ‘신속처리’(신기술에 대한 법 적용 여부 등을 확인해주는 제도) 기간이 길어지는 점도 ‘민간 채널 추가’ 목소리가 커지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경제4단체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일부 규제 샌드박스 신청 건에 대해선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채널까지 창구로 추가해 관문을 넓히는 방안을 협의하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임시 허가’ 딱지를 좀 더 빨리 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시적’인 사업 허가(규제 면제·유예) 조치다. 최장 4년(기본 2년, 연장 2년)인 유효기간 안에 사업성과 효용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경제계에선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 등 필수 요건만 심사하는 식으로 요건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사업에 대한 불안을 떨쳐낼 수 없는 게 가장 힘들다”고 호소했다.

시행 300일이 넘은 만큼 정부가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 기업은 산업융합촉진법 등에 근거해 규제 샌드박스 신청 업체에 ‘보험 가입’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 관련 사업은 새로운 영역이어서 연관된 보험 상품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스타트업이 요구한다고 보험회사가 매번 보험상품을 개발해주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승인 요청이 들어왔을 때 ‘우선 허용, 사후 정비’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산업융합촉진법 등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근거가 되는 법엔 ‘우선 허용, 사후 정비’ 관련 조문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기업들의 얘기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신사업을 허용할 땐 최소한의 규제만 정하고 나머지는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필수”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