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사형 확정되면 국내 미집행 사형수는 강호순·유영철 포함 62명으로

입력 2019-11-27 18:03
수정 2019-11-27 18:21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질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경남 진주시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형사4부(이헌 부장판사)는 27일 살인·살인미수·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 전원이 안씨에 대해 유죄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같이 선고했다. 배심원 8명은 사형을, 나머지 1명은 무기징역의 양형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계획적이고 잔인하게 이웃들을 살해하고 상해를 입혀 극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안씨를 수사한 정거정 창원지검 검사는 “안인득은 범행대상을 미리 정하고 범행도구를 사전에 사들이는 등 철저한 계산하에 방화살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안인득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정의가 살아 있다고 선언해달라”고 재판부와 배심원들에게 요청했다.

안인득에게 내려진 사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현재 국내 교정시설에 수용된 미집행 사형수는 연쇄살인을 저질렀던 강호순, 유영철 등을 포함해 62명이 된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30일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다.

그동안 국내에선 잔혹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사형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곤 했지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15개 단체가 모인 ‘사형제 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는 “대한민국은 이제 ‘실질적 사형폐지국’을 넘어 ‘완전한 사형폐지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 15개 단체가 모인 사형제 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는 c최근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됐고, 사형 집행이 중단된 지 22년이 다 됐다"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진범이 수십 년 만에 밝혀졌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사형제도가 꼭 폐지돼야 하는 명백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1988년 9월 발생한 경기도 화성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신체장애인 윤모씨는 20여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하지만 최근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인 이춘재가 이 사건을 본인이 저질렀다고 자백했고, 윤씨는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는 "범죄에 대한 처벌은 사형처럼 강력한 복수로 행해져선 안 된다"면서 "범죄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범사회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앞으로 더 크고 무거운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라고 덧붙였다.

김가헌 서울시 공익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이니 사형선고가 현실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면서도 "법이론상 가장 극악한 범죄임을 밝히는 수준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사형이 선고되었으니 다시 한 번 사형제 존폐 논의가 활성화될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연쇄 살인을 다룬 영화 악인전을 보면서 사형제도의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했다"면서 "피고인의 인권은 존중하고 피해자의 인권은 도외시하는 사형제도 폐지에 반대한다"고 최근 사형제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