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핀테크 승부수' 던진 미래에셋…네이버파이낸셜에 8000억 투자한다

입력 2019-11-27 17:15
수정 2019-11-28 01:42
미래에셋이 네이버의 금융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에 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초 알려진 투자 규모(5000억원) 대비 3000억원가량 늘어난 액수다. 한국과 일본에서 테크핀(기술금융)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건 네이버와 함께 금융업 혁신을 이끌겠다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 성장성 높게 평가”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30%를 확보하는 데 약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네이버와 잠정 합의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발행하는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양사는 이르면 다음달 초 이사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투자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1일 네이버가 간편결제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네이버페이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네이버는 올해 7월 24일 네이버파이낸셜 분할 계획을 밝히면서 전략적 투자자인 미래에셋대우로부터 5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의 투자액이 대폭 증가한 이유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지난 4개월 동안 구체적인 투자액과 지분 구조 등을 놓고 줄기차게 협상을 벌였다. 양사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적정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5개 이상의 회계법인과 국내외 투자은행(IB)에 자문을 구했고, 박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결단으로 최종 투자 규모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가 확보하게 될 지분율(30%)을 고려한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약 2조7000억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신주인수 가격을 더 높게 쳐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 공고해진 미래에셋-네이버 동맹

네이버는 이번 투자유치 성사로 국내외에서 추진 중인 금융사업 확대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됐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은 지난해부터 일본 내 간편결제 시장 선점을 위해 수천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지난 1년간 라인파이낸셜, 라인페이 등 금융 자회사에 투입한 금액만 7700억원에 달한다. 이달 18일 라인이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야후재팬과 경영통합에 전격 합의한 것은 이 같은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로부터 8000억원 규모 자금을 수혈해 향후 국내 금융사업을 착실히 추진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구조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지면서 양사가 추진하는 테크핀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네이버페이는 3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간편결제 플랫폼이다. 7월 한 달간 결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1% 증가한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내년엔 ‘네이버 통장’을 출시해 대출과 증권, 보험 등 생활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계획도 세웠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카카오페이, NHN페이코 등 다른 테크핀 사업자와 차별화된 부분으로는 ‘빅데이터’가 꼽힌다. 정보기술(IT)업계 한 관계자는 “포털검색과 네이버쇼핑 등에서 나오는 다양한 형태의 빅데이터를 미래에셋이 강점을 지닌 금융투자상품과 연계하면 자산관리(WM) 영역에서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미래에셋 측으로선 이런 시너지 효과를 통해 미래 금융시장 판도 변화를 주도하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김주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