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인기 뺨치는 '펭수' 굿즈 사재기에 암거래까지

입력 2019-11-27 17:07
수정 2019-11-28 00:39
벼락 스타로 떠오른 EBS의 펭귄 캐릭터 ‘펭수’가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가 27일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어린이 캐릭터지만 시원시원한 입담과 이상형을 “나 자신”으로 꼽는 자기애, 뛰어난 춤과 랩 실력으로 성인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외교부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홍보 영상에 펭수를 등장시키고, 보건복지부가 컬래버레이션 영상을 찍는 등 정부 부처들도 앞다퉈 펭수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캐릭터 펭수가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펭수 굿즈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펭수의 화보가 담긴 잡지가 품절됐고 펭수가 표지 모델로 등장한 무가지는 자취를 감췄다. 온라인에서는 잡지가 정가의 3~4배에 팔리는 등 암거래까지 이뤄지고 있다.

‘사이다 발언’에 2030 열광

펭수는 ‘남극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헤엄쳐 온 열 살 펭귄’이다. 키는 210㎝로 방탄소년단(BTS) 같은 ‘우주 대스타’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아직 연습생 신분이라 EBS 지하 소품실에서 살고 있다.

인기가 치솟은 것은 지난 9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EBS 아이돌 육상대회’ 영상 두 편의 조회수가 총 350만 건을 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다. 펭수뿐 아니라 ‘뚝딱이’ ‘뿡뿡이’ 등 EBS 캐릭터가 총출동해 선후배 간 위계질서를 따지는 ‘이(E)육대’를 본 20~30대들은 “너희들이 우리의 뽀로로”라며 열광했다.

성인 팬들이 가장 많이 꼽는 펭수의 장점은 ‘통쾌함’이다. 펭수는 EBS 사장 이름(김명중)을 친구처럼 부르고 “사장이 편해야 회사가 잘된다”, “잘 쉬는 게 혁신이다” 등 직장인들이 현실에서 못하는 말과 행동을 한다. 직장인 김모씨(29)는 “펭수의 설정이 열 살 펭귄인데,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으로 사회 부조리의 핵심을 찌르는 것 같아 대리만족을 느낀다”며 “최근 유행하는 춤을 추고 비트박스도 곧잘 하는 ‘재간둥이’인 것은 덤”이라고 말했다.

‘사이다 발언’을 하지만 듣기 불편하지 않다는 게 핵심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펭수가 기존의 EBS 캐릭터처럼 마냥 착하진 않지만 교육방송 특유의 따뜻하고 선한 본성을 갖고 있다”며 “거침없는 말을 하는 대상도 약자가 아닌 강자일뿐더러 내용이 악하지 않다”고 말했다.

‘펭수 굿즈’ 사재기 의혹도

펭수의 선풍적 인기에도 EBS가 공식 굿즈를 내놓지 않아 펭수의 화보와 인터뷰가 담긴 잡지는 나올 때마다 ‘완판’되고 있다. 펭수의 첫 패션 화보와 펭수 스티커가 실린 패션지 ‘나일론’ 12월호는 발간과 동시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품절됐다.

27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학생회관과 중앙도서관 입구에 있는 잡지 ‘대학내일’의 비치대도 비어 있었다. 이번주 표지 모델이 펭수여서다. 성균관대 등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성균관대 3학년 학생인 김모씨(22)는 “대학내일 표지에 유명한 사람이 나오면 가끔 보긴 하는데 이렇게 비치대가 빈 것은 학교 다니면서 처음 봤다”며 놀라워했다.

그러나 사라진 펭수 굿즈 일부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 판매되며 사재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중고나라에는 펭수 잡지를 판다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왔다. 정가가 7000원인 나일론은 3배가량인 2만원~2만5000원 선에서 가격이 책정됐다. 무가지인 대학내일은 “여러 권 있습니다”며 권당 7000~1만원에 팔겠다는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