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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섭 정치부 기자) “어떤 의원님이 계속 인터뷰하지 않습니까. (중략)386이 기득권 세력으로 변질했다는 얘기는 선거 때마다 들었던 겁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불거진 인적쇄신론, 특히 세대 교체론에 대해 복잡한 심정을 나타냈다. 그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자신의 불출마 선언이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용퇴론’으로 번지는 걸 원치않는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이 자리에서 우 의원은 이철희 의원을 ‘어떤 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①86그룹의 불편한 시선
민주당에서 운동권에 속하고 80년대 학번 범주에 드는 의원들은 약 40여명이다. 이철희 의원도 86그룹에 속한다.
쇄신론 당사자인 3선 이상의 86그룹을 제외한 초·재선들은 대체로 이 의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정 세대라는 획일적 잣대로 선을 그어 불출마하라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86그룹의 한 초선 의원은 “86그룹 용퇴론에 웃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70년대 학번의 운동권 선배다. 우리보다 정치 경력도 많고, 선수도 높은데 왜 이들은 무풍지대에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86그룹이 기득권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일부 의원을 빼곤 국회에서 활동한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것이다. 86그룹 중 3선 이상은 김영춘(3선) 김현미(3선) 우상호(3선) 송영길(4선) 윤호중(3선) 이춘석(3선) 김태년(3선) 이인영(3선) 최재성(4선) 등이다. 나머지는 아직 더 해야할 게 많다는 논리다. 한 의원은 “선거에 몇 차례 낙선한 뒤 20대 국회에서야 간신히 들어왔는데 86그룹으로 묶였다고 나가라는 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일부 86그룹은 이 의원과 직접 만나 자제를 당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 의원은 “세대보다는 정치석 성향이나 지향하는 가치, 개인의 능력이 더 중요시 돼야 한다”며 “이런 의견을 모아 이 의원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②이철희 의원의 의도는?
이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철승 서강대 교수의 책 <불평등의 세대>를 줄 쳐가며 읽을 정도로 인상깊었다고 얘기했다. 50대인 86그룹들이 정치·경제적으로 우리 사회의 주류가 돼 온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책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년간 100대 기업 임원진 9만3000여명의 연령대를 분석했다.
“한국 기업에서 이사진의 대다수는 50대다. 50대는 전체 이사진의 60% 정도의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해왔다. 일례로 1990년대 후반, 50대였던 1945~1955년생의 비중은 전체 이사진의 62%였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50대 이사진의 비중은 전체의 72%에 달한다.”
정치 분야에서도 86그룹의 존재감이 상당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당선된 1960년대생, 586세대는 전체 당선자의 44%였다. 이철희 의원은 “이미 우리 사회 주류로 활동해 온 86그룹 일부의 목소리를 20~30대에게 넘겨 준다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며 86그룹 용퇴론에 대한 이 의원의 생각이 더 확고해졌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의원은 조 전 장관 사퇴 전 민주당과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86그룹은 반대 입장을 폈다. 새로운 세대가 진입하지 않는 한 이런 생각의 틀을 깨기 쉽지 않다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다.
86그룹에서 시작한 물갈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다선 그룹으로 이어질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86그룹의 한 의원은 “만약 86그룹의 불출마가 이어질 경우 다선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몸을 낮추고 있는 다선들도 쇄신론이 부담스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친문 그룹이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출마시키기 위해 인적 쇄신론을 꺼내들었단 얘기다. 한 의원은 “자리를 비운 뒤 청와대에서 나온 인사들로 채우겠다는 것인가”라며 “친문과 비문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건 당에 결코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최근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대거 출마설과 관련해 “자제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끝) /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