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수사 피해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배후까지 철저하게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날이었다. 하지만 선거 후 수사 대상자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초 여론조사에서 김 전 시장은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울산시장)보다 15%포인트 이상 앞섰으나 수사 사실이 알려진 이후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불법 선거 개입 혐의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검찰은 최근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가 전달한 비리첩보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첩보를 전달한 곳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었으며 당시 민정수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김 전 시장은 27일 오전 10시 2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공적 권한인 수사권을, 특정인의 개인적 출세와 특정 정치세력의 권력 획득 ? 강화를 위해 자의(恣意)적으로 마구 남용한 권력 게이트의 마각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를 자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시장은 "이런 짓을 일개 지방경찰청장 혼자 독자적으로 판단해 저질렀을 리가 없다는 것이 일반상식에 부합한다. 분명히 (당시 수사를 지휘한)황운하 씨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며 "사악한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에서 황운하 씨에게 내년 국회의원 자리를 대가로 주기로 약속하고 경찰 수사권을 악용해, 무죄인 것이 뻔한 사안을 마치 죄가 되는 것인 양 조작해 덮어씌우도록 시킨 것이 아니냐 하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조국 전 민정수석, 송철호 울산시장 등 3인은 막역한 사이로서, 송철호 씨가 그동안 선거에서 8번을 낙선한 후 작년 지방선거 때 9번째 도전이었으므로, 위 3인 사이에 송철호 시장 후보를 어떻게든 당선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루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시장은 특히 "통상적으로 고발장을 접수받은 경찰은 사건배당과 결재 등 행정절차를 거친 다음 고발인 조사를 하고, 그후에야 비로소 피고발인 소환 등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면서 "그럼에도 이 사건의 경우에는, 희한하게도 고발장 접수일에 바로 피고발인 소환장을 발송했다. 이것은 경찰과 고발인 김 모 씨(건설업자)가 사전에 짜고 수사에 임했던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게 해 준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시장은 "황운하 씨가 혹시라도 상부 권력자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청와대와 같은 상부 권력기관의 하명에 의한 수사개시가 아니라 고발자의 고발에 의해 수사개시된 것이라고 위장해야 할 필요를 느껴 이 같이 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송철호 후보 후원회장을 맡았었다. 송철호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를 규정한 대통령령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이 비리 첩보를 수집하는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로, 선출직 공무원은 대상이 아니다.
청와대가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비리첩보를 울산경찰청에 전달한 것은 직권 남용 및 월권 소지가 있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은 내년 총선 출마 뜻을 밝히고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한국당은 "여권과 황 청장이 정치적 거래를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시장과 한국당은 불법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하며 황 청장을 고소·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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