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한일 양국 기업과 정부, 국민이 참여하는 이른바 '2+2+α'식의 '기억인권재단' 설립을 통해 1500명에게 3000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했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국회의장실 관계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문 의장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공개했다.
이 법안은 2014년 이후 운영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을 '기억인권재단'으로 격상하고, 이를 통해 국외 강제징용·일본군 위안부 등 피해자와 유족에게 위자료와 위로금 지급 등의 사업을 포괄적으로 추진하자는 내용이다.
독일이 과거 나치 시절 강제 노동자들에 대한 배상을 위해 연방정부와 6000개 이상 기업이 출연한 '기억·책임·미래 재단'을 세웠던 것을 모델로 삼았다.
특히 법안에는 "관련 소송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위자료·위로금 지급에 필요한 총비용은 3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명시됐다.
이는 현재 소송 진행자 약 990명, 소송 예정자 약 500명 등 피해자가 총 1500명에 이르고, 1인당 배상액은 지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2억원 정도로 추산한 결과다.
문 의장이 제안하는 '기억인권재단'의 기금은 △한일 양국 관련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금 △한일 양국 민간인들의 자발적 기부금 △활동이 종료된 '화해치유재단'의 남아있는 잔액(약 60억원) 등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아래에 심의위원회를 꾸려 구체적인 위자료 지급 대상과 규모를 설정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에는 지원위가 법 시행 후 2년간 존속하며 강제동원 피해 조사는 1년 이내에 완료해야 하지만, 위자료 신청은 법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내에만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억인권재단의 경우 추도공간(추도묘역·추도탑·추도공원) 조성 등 위령사업, 강제동원 피해 사료관 및 박물관 건립, 문화·학술 사업 및 조사·연구 사업 등을 수행하도록 규정했다.
문 의장은 26일 관련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법안을 논의했다.
앞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1997년 12월 일본제철(당시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일본 오사카 지방재판소에 강제징용 피해 보상 및 임금 배상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1965년 한일 양국이 맺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1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2005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2심에서는 일본 재판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는데 대법원은 2012년 5월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2013년 서울고등법원은 피해자 1인당 1억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일본 기업이 불복하면서 이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갔고, 대법원은 신일철주금에 피해자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는 최종 확정 판결을 내렸다.
방정훈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