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경제의 '2인3각'

입력 2019-11-26 17:32
수정 2019-11-27 00:02
지난 9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케이콘(KCON)’ 콘서트에는 4만5000명의 한류 팬이 몰려 공연장이 들썩였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두 배 커진 컨벤션장에서 2.7배 많은 117개 프로그램이 선보였다. 여기엔 K팝, K뷰티, K푸드 등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이제 아세안 소비자들은 한국 드라마, 영화와 웹툰을 보고 한국 노래를 들으며 한국어를 배운다. 한국 연예인의 윤기나는 메이크업이 유행하면서 한국 화장품 매장이 여기저기 들어서고, 한국식 치킨 프랜차이즈와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은 연일 현지인들로 북적인다.

동남아시아에 부는 한류 바람은 무역협회가 주최하는 해외 마케팅 사업에 참가한 바이어들의 반응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6월의 신남방 비즈니스위크, 10월의 말레이시아 상담회 및 판촉전, 이달 초 자카르타에서 열린 소비재전에서 동남아 바이어들은 독점 수입계약 같은 구체적인 제안을 앞다퉈 내놨다.

이쯤 되면 동남아에서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 안 팔린다면 제품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마케팅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만하다. 이럴 때는 무역협회 같은 무역진흥기관이 시행하는 온·오프라인 융합 마케팅 사업이 큰 도움이 된다.

‘신남방’으로 통칭되는 아세안과 인도는 평균 연령 30세에 20억 명의 인구를 보유한 젊고 역동적인 시장으로, 주 소비층인 중산층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 총수출의 19%를 차지하는 중요 고객이기도 하다.

거대 블루오션 경제권이자 세계 경제의 신성장엔진인 인도·아세안 지역과 상생협력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무역협정을 타결하는가 하면 필리핀 말레이시아와의 무역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한·아세안, 한·메콩 정상회의도 우리 기업들의 신남방 비즈니스를 도우려는 노력의 일환임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무역협회는 기업들과 신남방비즈니스연합회를 결성해 상대국과의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지역 맞춤형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행사장 한편에서는 세계 우량 바이어 100개사와 한국 수출기업 간 매칭을 주선하기도 했다.

아세안은 중국과 일본이 오랜 시간 공들여온 지역으로, 한국은 후발 주자다. 하지만 요즘처럼 정부가 멍석을 깔고 기업이 나서는 시스템이 자리잡으면 정부 역할이 상대적으로 큰 신남방 국가들과의 비즈니스는 분명한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