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유발계수란 용어가 있다. 특정 재화를 10억원어치 생산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유발된 취업자 수를 보여주는 지표다. 2017년 기준 서비스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3.5명이었다. 제조업은 6.6명에 그쳤다. 서비스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제조업의 두 배가 넘는다는 얘기다. 부가가치유발계수도 서비스산업(0.877)이 제조업(0.648)을 앞섰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산업이 가야 할 길은 멀다. 2017년 기준 우리 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58.3%, 고용 비중은 70.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 비해 각각 10%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수치들은 서비스산업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보물창고’란 걸 보여준다. 잘 키우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등을 주요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성장률을 매년 1%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약 15만 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대 정부도 이런 점에 주목해 2000년 이후에만 20여 차례 서비스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했다. 연례행사처럼 대책을 내놓았다는 건 그만큼 성과가 더뎠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몇 차례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 6월 ①제조업과의 차별 완화 ②기초 인프라 구축 ③융복합 촉진 ④거버넌스 체계화 등 4대 전략 중심의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을 내놓았고, 후속으로 관광, 바이오헬스, 콘텐츠, 물류 등 업종별 활성화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리면서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단순 서비스에서 벗어나 자율주행차, 디지털 의료기기, 스마트홈처럼 제조업과 융복합되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애플, 구글, 카카오 등 ‘상품+서비스 결합 소비’가 늘어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이렇게 중요한데도 유독 국내에서 서비스산업 발전이 더딘 이유는 뭘까. 우선 서비스업에 대한 정부 지원과 기회가 제조업에 못 미치는 점을 들 수 있다. 각종 규제와 이해 관계자 간 갈등도 발목을 잡았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핵심 규제 대부분이 서비스 영역이라는 건 정부도 아프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성장률 둔화, 수출 부진 등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서둘러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제도적인 뿌리가 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부터 입법돼야 한다. 8년 전 담당 국장으로 일할 때 제출한 이 법안은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에는 서비스산업에 대한 재정·세제·금융 지원 근거를 만들고 서비스산업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0년을 사실상 ‘서비스산업 활성화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서비스산업혁신기획단’을 설치해 20여 개 관계부처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서비스 혁신기업 인증제 도입과 비과세 감면 확대, 서비스업의 스마트화와 규제 혁파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담을 계획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에 들어올 때 기존 이해관계자와 빚는 마찰을 최소화하는 메커니즘도 구축할 방침이다.
서비스산업은 제조업과 함께 우리 경제를 이끄는 양 날개다. 두 산업의 혁신적 융복합을 통해 점진적 발전이 아닌 비약적 ‘퀀텀점프’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이란 말이 있다. 달 표면을 더 잘 관찰하기 위해 망원경 성능 개선에만 매달리던 기존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아예 달에 가는 방법을 찾는 혁신적인 사고를 뜻한다. 서비스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문샷 싱킹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