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新남방 승부수'…日이 장악한 동남아서 도요타와 정면 대결

입력 2019-11-26 17:30
수정 2019-11-27 01:56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찾았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연산 25만 대 규모의 완성차공장을 짓는 내용의 투자협약에 서명하기 위해서다. 조코위 대통령은 협약을 맺은 뒤 수소전기차 넥쏘와 코나 전기차, 웨어러블 로봇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 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게 “인도네시아 국민이 (현대차의 투자 덕분에) 일본 차 중심에서 현대차까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현대차의 투자가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조코위 대통령에게 현대차 명예사원증을 전달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3년간 시장조사 끝에 印尼 낙점

현대차는 2017년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해 전담 조직을 꾸렸다. 이후 3년여간 시장 조사를 했다.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놓고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이후 장고를 거듭했다. 현대차는 올 들어서도 “확정된 게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분위기는 지난 7월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인도네시아를 찾아 조코위 대통령과 만나 공장 부지 매입과 인센티브 조건 등 ‘큰 그림’에 합의하면서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가 인구(2억7000만 명)가 많고, 연 5% 안팎의 안정적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평균 연령이 29세인 젊은 인구 구조도 자동차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큰 요인으로 꼽혔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 호주 등을 목표로 한 수출 거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를 넘으면 역내 완성차 수출 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40㎞가량 떨어진 델타마스공단에 들어선다. 일본 스즈키와 미쓰비시 공장 등이 있는 곳이다. 완성차공장 규모는 연산 15만 대다. 다음달 착공해 2021년 말 완공한다. 앞으로 연산 25만 대까지 늘릴 방침이다. 현대차는 5만9000대 규모의 수출용 반제품조립(CKD)공장도 별도로 가동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공장 건설에 약 1조원을 투입한다. 2030년까지 차량 연구개발(R&D)과 공장 운영 비용 등을 합치면 전체 투자비는 1조8200억원(약 15억5000만달러) 규모다. 생산 차종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다목적차량(MPV), 전기차 등이다.


‘아세안 전략 모델’ 투입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115만1291대의 차량(상용차 포함)이 팔렸다. 전년보다 6.8% 증가했다. 올해 판매량은 120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른 동남아 국가의 자동차 시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아세안 자동차 시장은 2017년 316만 대에서 2026년 449만 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걸림돌’은 남아 있다. 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다. 도요타, 다이하쓰, 혼다 등 일본 완성차업체는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의 97.5%(작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와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차별화된 생산·판매 전략을 앞세울 방침이다. 본사와 인도네시아 현지 협업을 통해 ‘아세안 전략 모델’을 양산할 계획이다. ‘주문 생산 방식(BTO: build to order)’도 도입한다. 차량 구매자가 원하는 사양대로 주문을 받아 생산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온·오프라인 연계 판매 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2021년 말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현지에 100여 개의 딜러망도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베트남 시장 공략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내년 하반기 베트남 2공장(조립공장)을 설립해 5만 대인 연간 생산 규모를 10만 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