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치우라는데 자꾸 커지는 황교안 천막

입력 2019-11-26 13:40
수정 2019-11-26 14:03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설치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단식 농성 천막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단식 농성을 시작한 황 대표는 청와대가 경호상의 이유로 천막 설치를 금지하자 21일까지는 천막 없이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농성을 벌이다 밤에는 국회로 돌아가 본관 앞 천막에서 잠을 잤다.

이에 대해 '출퇴근 단식 투쟁'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22일부터는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당초 법을 어길 수 없다며 천막을 치지 않았던 한국당은 황 대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자 천막을 쳤다.

1평(3.3㎡) 남짓한 비닐 천막으로 시작했던 황 대표 단식 농성장은 점차 커져 현재는 의원 10여 명이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커졌다. 기둥이 있는 일명 '몽골 천막'이다.

한국당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비바람에 기존 임시 천막이 쓰러져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황 대표 측에 단식 농성 천막을 철거해달라고 요청했다.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25일 김도읍 한국당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분수대 광장이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이라며 "황 대표님의 힘든 상황과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오랜 기간 집회를 이어오시던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규정상의 문제가 있어서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 고충이 크니 자진철거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2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황 대표가)청와대 농성장에 간이천막을 넘어 몽골 텐트를 쳤다"며 "수많은 시위와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자리이지만 법을 어기면서 감히 몽골 텐트를 친 것은 황 대표가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2014년 8월 우리당 의원단도 세월호특별법 제정촉구를 위해 그 자리에서 단식을 한 적이 있다"면서 "국법에 따라 몽골식 텐트는커녕 가리개 하나 없이 그 뜨거운 땡볕 아래서 맨몸으로 열흘간 단식을 했다"고 했다.

심 대표는 "야박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제 1야당 대표라고 해서 법을 무시한 황제 단식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권력 남용을 막는 것이 법치"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부터 지소미아 연장과 공수처·연비제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유예를 결정했지만 황 대표는 나머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단식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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