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줄 나라가 없어서"…'선녀들'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들, '모두 울컥'

입력 2019-11-25 08:04
수정 2019-11-25 08:05


‘선을 넘는 녀석들’ 고려인 강제이주 역사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역사 탐사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이하 ‘선녀들’)-리턴즈’ 15회에서는 연해주 독립운동 탐사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설민석-전현무-김종민-유병재-최희서를 마지막까지 울린 고려인 강제이주의 역사가 TV 앞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연해주에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없이 나라를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린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설민석은 ‘고려인’들을 소개하며, 그들이 겪어야만 했던 끔찍한 강제 이주 역사를 전했다. ‘고려인’은 러시아에 이주한 한인과 후손들을 일컫는 명칭. 1937년 스탈린은 20만명의 고려인들을 연해주 극동지역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선녀들’은 고려인들이 강제이주 열차를 탔던 ‘라즈돌리노예’ 기차역으로 향했다. 설민석은 당시 이유도 모른 채 강제 이주 명령에 따라, 급작스럽게 가축수송열차에 떠밀렸던 고려인들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열차 안의 환경은 상상 이상으로 열악했다. 화장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화물칸에는 오물이 쌓였고, 고려인들은 그곳에서 영하의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야만 했다. 가혹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기차 안에서 죽어간 고려인만 해도 수백명. 설민석은 가족과 동료의 죽음 앞에 “숨죽여 울었다”는 고려인의 기록을 전했고, 유병재 등 ‘선녀들’은 눈물을 흘렸다.

최희서는 “어디로 끌려가는 지도 모르고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얼마나 무서웠을지,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며, 먹먹한 감정을 전했다. 새로운 이주지에서도 고려인들은 체감온도 영하 40도에 달하는 곳에서 살기 위해 맨손으로 언 땅을 파고 굴을 만들어 생활했다고. 설민석은 “왜 그런 처우를 받았느냐. 그들에게는 지켜줄 나라가 없었어요”라고 울컥 말했다.

이어 설민석은 “더 기가 막힌 말씀을 드리면, 강제 이주 당한 고려인 중에는 홍범도 장군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은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된 후 고려 극장에서 야간 수위로 일하다가, 쓸쓸한 말년을 맞았다고. 우리가 몰랐던 영웅의 최후에, 전현무는 “목숨을 바쳐 싸웠더니…”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낯선 이국 땅에서 나라를 잃고 고통받은 고려인들의 역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김종민은 “확실히 알았다. 나라가 없으면 안된다는 것을 막연하게만 느꼈는데, 어떻게든 지켜야 되는구나”라고 소감을 표현,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3회에 걸쳐 방송된 ‘선녀들’의 연해주 독립운동 탐사는 배움 그 이상의 깊은 울림을 전했다. 우리에게 잊혀진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선생을 조명해 감동을 남긴 것은 물론, 국경선 넘어까지 이어졌던 독립운동가들의 애국 정신을 가슴에 새기게 했다. 그들이 목숨 바쳐 지킨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든 방송이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배우 정유미와 함께 단종의 마지막 유배지인 강원도 영월로 떠난 ‘선녀들’의 모습이 그려져 관심을 모았다. 조선 최고의 금수저에서 피수저를 물게 된 단종의 비극의 시작은 과연 무엇일지, 또 여전히 풀리지 않는 단종 죽음의 미스터리를 좇는 탐사가 다음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치솟게 했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리턴즈’는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5분 방송된다.

김나경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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