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데이터 구축·판매업체 플리토가 상장 후 첫 실적을 발표한 지난 14일 이후 20% 넘게 하락했다. 올해 7월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에게 제시한 실적 전망치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데이터 판매 계약이 지연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25일 코스닥시장에서 플리토는 1050원(6.60%) 오른 1만6950원에 마감했다. 8거래일 연속 하락하다 반등했지만 주가는 상장 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달 14일부터 22.60% 급락했다.
발표된 실적이 상장 전 회사가 제시한 실적 전망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플리토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투자설명서에서 올해 매출이 66억원, 영업이익은 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실제 누적 매출은 11억원, 영업손실은 41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영업손실 확대는 IPO 수수료 13억원이 반영됐다 치더라도 매출이 올해 전망치는 물론 지난해 연간 매출(35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플리토 관계자는 “고객사와의 데이터 판매 계약 체결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 판매를 놓고 여러 업체와 논의 중이어서 한꺼번에 계약이 맺어지면 매출도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4개월 만에 주가가 공모가의 35%를 밑돌면서 IPO 과정에서 플리토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상장사 네 곳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 31.57배와 플리토의 2021년 예상 주당순이익(EPS) 921원을 토대로 적정 주가 2만9066원을 산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쟁업체 PER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구하는 방법이 흔히 쓰이긴 하지만 기업 간 경쟁력 차이가 크면 왜곡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교 기업 중 하나인 호주 어펜은 지난해 48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주가는 올해 85.27% 상승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