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이코노미=근로자? 시장 현실과 안 맞아"

입력 2019-11-24 17:42
수정 2019-11-25 01:14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이달 초 음식배달 서비스 업체인 요기요 자회사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위탁받은 배달원을 ‘근로자’로 판단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업계는 물론 배달대행 업계도 최근 나온 이 같은 근로자성 인정 판결이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업의 특성에 맞게 법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요기요 배달원에 대한 서울노동청 판단에 대해 “사실상 모든 배달기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의미”라며 “현실적으로 배달기사 몇만 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근로자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기업은 플랫폼 종사자들에게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기업 경쟁력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도 “상당수 배달기사들은 정해진 근로시간에 일해야 하는 직고용보다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그러나 이런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점을 감안, 민주노총과 함께 배달업 종사자 처우개선을 담은 표준약관 및 표준계약서 제정 작업에 들어갔다.

렌터카 기반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는 아예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타다 운전기사는 신분상 프리랜서지만, 운영사인 VCNC가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고 있는 만큼 ‘위장 도급’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VCNC 관계자는 “구체적인 종사 조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위장 도급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타다 기사들은 자율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플랫폼 업체의 지휘를 받는 프리랜서를 근로자로 보는 문제는 해외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차량공유업체 우버 기사를 피고용자로 인정해 최저임금과 실업보험 등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뉴저지주는 “우버 기사는 피고용자”라며 우버에 고용보험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