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 프로필 사진은 왜 비슷할까?”
어정쩡한 포즈에 후줄근한 등산복. 아빠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엔 얼굴 대신 꽃 사진이 올라가 있는 경우도 흔하다. 근사한 여행지를 배경으로 멋스럽게 차려입은 자식들의 프로필과는 다르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는 이 점에 주목했다. ‘아빠의 프사를 바꿔주자’는 콘셉트로 신청을 받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젊게 꾸며줬다. 온라인에 공개한 전후 비교 사진은 페이스북 등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30에 주력하던 패션·스포츠업계가 4050 남성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스타일 변신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중년 남성을 ‘요즘 젊은 애들’ 느낌이 나도록 코디해준다. 아빠들의 변신에 2030 세대는 열광했다. 4050 세대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스타일링 제안…확 달라진 4050
뉴발란스는 지난 9월 ‘#아빠의그레이’라는 프로젝트(사진)를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으로 45세 이상 중년 아빠들의 사연을 받았다. 주로 자녀들이 신청했다. 이 중 20명을 선정했다. 이들을 먼저 데려간 곳은 바버숍. 가일 컷, 하이앤타이트 등 2030 중에서도 ‘꾸밀 줄 안다’는 사람이 시도할 법한 헤어스타일을 했다.
전문 코디네이터도 나섰다. 안경부터 넥타이, 셔츠와 바지까지 체형과 분위기에 맞는 스타일로 바꿔준 것. “청바지를 입는 건 30년 만”이라는 참가자도 있었다. 전후 변신 과정을 담은 화보도 촬영했다. 이 이벤트는 뉴발란스 인스타그렘에서 수만 건의 ‘좋아요’를 받으며 인기를 얻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지난달엔 아빠들을 위한 스타일링 클래스를 따로 열었다”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 쇼핑 팁과 스마트폰으로 프로필 사진 찍는 법 등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안경테, 가방 등을 파는 잡화 브랜드 로우로우도 지난달 4050을 타깃으로 한 스타일 바꾸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스트롤과 손잡았다. 역시 아빠들의 사연을 접수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탈바꿈시켰다. 로우로우는 캐주얼과 스트리트 패션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에 입점한 업체로 20~30대가 주요 소비층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는 소비력이 있으나 꾸밀 줄 모르는 중장년층 남성에게 주목하고 있다”며 “2030에 주력했던 브랜드들이 참여형 이벤트로 소비자층 넓히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3명 선발에 200명 몰려
아빠가 아니라 ‘남편’들의 이야기에 집중한 곳도 있다. CJ오쇼핑의 남성 패션 브랜드 ‘다니엘 크레뮤’는 남편 스타일 바꿔주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1일 접수를 마감한 이 이벤트에는 2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최종 3명을 선발해 전문가들이 패션 코디와 메이크업을 해준다. 스타일 변신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해 다니엘 크레뮤 방송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결혼 후 남자보다는 남편이자 가장으로만 살아온 사람들을 위해 프로젝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패션에 관심을 갖는 중년 남성이 조금씩 늘면서 변신 프로그램을 앞세운 크라우드 펀딩도 등장했다. 패션잡지 ‘더 뉴 그레이’는 지난달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남성들을 스타일링해주는 서비스를 소개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