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키워준 네덜란드 ASML…'배 아픈 일' 아닌 '배 부른 일' 된 까닭

입력 2019-11-24 17:08
수정 2019-11-25 02:11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주요 고객이다. ASML이 독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대만 TSMC와 경쟁적으로 쓸어 담고 있다. 장비 가격은 대당 1500억~2000억원 정도다. 삼성전자의 주문에 힘입어 ASML의 실적과 주가가 치솟았다. ASML 주가 상승세가 삼성전자에 ‘배 아픈 일’만은 아니다. ASML 지분 1.5%를 갖고 있어서다. ASML 주가가 오르면 삼성전자의 공정가치금융자산(옛 매도가능증권) 평가액도 증가한다.

24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올 3분기(7~9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공정가치금융자산 평가액이 지난해 말 2조8947억원에서 올 9월 말 3조9769억원으로 1조822억원 늘었다. 공정가치금융자산은 언제든 팔 수 있는 보유 주식이다. 평가손익은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

삼성전자가 629만여 주(1.5%)를 갖고 있는 ASML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 가장 컸다. 유로넥스트에 상장된 ASML 주가는 작년 말 137.16유로에서 지난 9월 말 227.25유로로 65.7% 올랐다. EUV 장비 출하가 본격화하며 실적이 급증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반영해 ASML 평가액을 작년 말 1조1049억원에서 지난 9월 말 1조8814억원으로 7765억원 높여 잡았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중공업(7461억원→7934억원), 호텔신라(1533억원→1728억원) 등의 지분 평가액도 작년 말보다 증가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가 1.9%를 보유한 중국 전기차·배터리 생산업체 BYD의 지분 평가액은 작년 말보다 42억원(4338억원→4296억원) 줄었다. 미·중 무역 분쟁 등의 여파로 주가가 소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