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규제 더 강화해야 조합원 피해 줄어"

입력 2019-11-24 16:42
수정 2019-11-25 02:50
“서민들이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참여했다가 피눈물을 흘리는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업자들이 쉽게 뛰어들 수 없도록 진입장벽을 더 높여야 합니다.”

이창섭 석정도시개발 대표(51·사진)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진행 중인 이 대표가 ‘자승자박(自繩自縛)’과도 같은 주장을 펼치는 건 지역주택조합의 실상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어서다. 그는 “취지는 좋은 제도지만 시행사들이 조합원의 돈을 떼어먹고 잠적하거나 처음 약속과 달리 추가분담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흔하다”며 “최소한 85% 이상의 토지를 확보한 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나서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사업이 지연되지 않고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석정도시개발은 지난해 2000가구 규모의 ‘오산스마트시티 금호어울림’ 프로젝트에 이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모델하우스를 개장하기 전 90% 이상의 토지계약을 완료했다. 사업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높아지자 사업 개시 1년이 채 안 돼 조합원 모집도 끝났다.

오산 프로젝트 성공은 이 대표에게 재기의 발판이 됐다. 그는 2007년 대전 유성에서 주상복합 개발에 나섰다가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이뤄지지 않아 수십억원을 날렸다. 찜질방에서 자면서 3년을 버텼다. 이 무렵 영세한 시행사들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주며 끊임없이 재기를 노렸다. 마침 제주의 한 시행사로부터 개발대행(PM)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받은 수수료를 밑천으로 제주에서 소규모 빌라 등을 개발하며 사업 종잣돈을 마련했다.

육지로 다시 올라온 그는 2015년 경북 김천에서 930여 가구 규모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나섰다가 또 실패를 겪었다. 지역 경기가 좋지 않았던 데다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인식이 워낙 나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50억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았지만 조합원과 협력업체들의 돈을 늦게나마 한 푼도 떼어먹지 않고 갚았다”며 “회사를 믿고 참여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쌓은 신뢰는 오산 프로젝트 성공의 발판이 됐다. 석정도시개발은 여세를 몰아 굵직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내년 하반기엔 대전도안신도시 26블록에 25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GS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서동탄과 파주운정신도시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도 진행 중이다. 4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포항 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는 주거·오피스·편의시설이 어우러진 복합개발을 지을 예정이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